◎유명가수 탈세사건 계기로/가요계 일부 자성 목소리신승훈 김건모의 탈세 사건과 관련, 이 기회에 투명한 음반 판매량 집계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음반 1,000만장 돌파」라며 MBC 방송을 통해 대대적인 축하 방송까지 마련한 신승훈의 탈세 사건이 알려지자 그가 속한 라인음향 관계자는 『음반 홍보를 위해 100만장, 200만장이라고 선전할 수는 있지만 실제 판매액은 밝힐 수 없다』고 말을 바꾸었다. 그간 가수들이 일방적으로 선전해 온 음반 판매량이 허구였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말이다.
가수와 레코드사, 도·산매상 등 3자간 합의 속에 이뤄지는 음반 판매량 속이기는 청산해야 할 가요계의 병폐로 꼽히고 있다. 「고무줄」 판매량 집계는 과세 뿐 아니라 가요 차트 조작, 방송 인기 순위의 불공정성과도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음악평론가들이 『방송사 가요 순위는 실제 대중 취향과는 거리가 있다』며 강한 거부감을 표현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불법복제 음반도 정확한 음반 판매 집계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시내 150곳 정도로 추정되는 불법음반 판매소에서는 불법 복제 테이프는 물론 「정B품」이라 불리는 복제 CD까지 제작해 판매하고 있다. 평론가들은 유승준의 「나나나」가 70여만장 밖에 나가지 않은 이유도 불법 복제 음반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한다.
현재 폴리그램 등 직배사와 킹레코드가 바코드를 의무화하고 있고 삼성뮤직과 반도음반이 서태지 앨범에 홀로그램을 부착했지만 투명한 판매량 집계와는 거리가 멀다. 김경남 음반제작자협회 부회장은 『도매상에 공동 유통 전산망을 보급하는 일이 시급하지만 영세한 도매상들이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현실에서는 대기업 음반제작사들이 시범적으로 투명한 판매량 집계를 「선언」하는 방안 외에는 대안이 없는 실정이다.<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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