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티샷한 공 물가 아슬아슬/숨죽였던 7,000관중들 ‘아…’ 탄식/맨발로 ‘水中샷’ 러프탈출 성공/서든데스 11번홀서 ‘챔피언 버디’그것은 기적이었고 신(神)의 선택이었다. 5일간 90홀의 피말리는 승부가 송두리째 무너질 절체절명의 순간. 그러나 박세리(21·아스트라)는 한가닥 생명줄을 놓지않는 불굴의 투혼으로 행운의 11번홀과 위기의 18번홀에서 믿기 어려운 역전 드라마를 만들어냈다. 7일(한국시간) 마지막 승부가 걸려있던 블랙울프 런GC(6,412야드·파71)의 18번홀. 왼쪽에 워터해저드가 도사리고 있는 파4의 도그레그홀. 1오버파로 팽팽히 맞선 두선수중 추아시리폰이 먼저 페어웨이 중앙에 드라이브샷을 안착시켰다. 그러나 이어 박세리가 친 티샷은 왼쪽으로 휘면서 워터해저드로 향했다. 볼은 물과 불과 10㎝ 앞 풀속에 쳐박혔다. 순간 숨을 죽이고 있던 7,000여 관중 사이에서 깊은 탄식이 터져나왔다.
추아시리폰은 승리를 예감한듯 이날 처음 초콜릿을 먹으며 여유를 부렸다. 하지만 긴장이 풀어졌는지 세컨샷은 핀 20여m 그린 에지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박은 여전히 포커 페이스를 유지했다.
박은 전담 캐디인 제프 케이블이 러프탈출을 계속 권유하자 그린 직접 공략을 포기했다. 그리고 신발과 양말을 벗어 던지고 물속으로 뛰어들었다. 해저드 벼랑의 높이는 박의 키 높이인 1.7m, 경사는 무려 45도에 달했다. 그리고 무심의 샷으로 그린앞 148야드 지점으로 탈출에 성공. 이어 3번째 샷을 핀 3m에 붙였다. 아직도 안심은 금물. 추아시리폰이 평범한 칩샷으로 핀옆에 붙이면 모든 것은 허사가 된다.
하늘이 도운 탓일까. 추아시리폰의 칩샷은 의외로 강해 볼은 홀컵을 지나 3m나 굴러갔다. 결국 둘 모두 보기로 타이.
이어진 서든데스 첫홀(10번·파5)은 나란히 파. 승부는 행운의 11번홀(파4)서 갈렸다. 연장라운드에서 첫 버디를 잡아 추아시리폰을 한 타차로 추격했던 기분 좋은 홀이었다. 티샷은 페어웨이 중앙을 뚫었고 어프로치는 약간 길어 핀 5m 지점에 떨어졌다. 추아시리폰도 홀컵 5.5m에 붙였다. 추아시리폰이 내리막 경사인 반면 박은 평지라는 점이 작은 희망. 18번홀부터 퍼트가 흔들리는 조짐을 보인 추아시리폰의 버디 퍼트는 홀컵을 지나쳤다. 이어 박의 챔피언 퍼트. 과감한 공격 퍼트는 직선으로 굴러가다 그대로 홀컵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신이 박을 선택하는 순간이었다.
이날 승패는 위기 상황에서 갈렸다. 박은 앞서 수차례 벼랑끝 위기를 맞았지만 자신의 페이스를 잃지 않았다. 반면 추아시리폰은 4타 앞서던 6번홀서 트리플보기, 마무리 기회인 18번홀선 어처구니 없는 칩샷을 날리는등 오히려 찬스에서 흔들리는 대조를 보였다.<송영웅 기자>송영웅>
◎우승후 이모저모/다음대회 “자가용 비행기로 모시겠다”/추아시리폰 “게임이란 다 그런것”
○…데뷔 첫해만에 두개의 메이저대회를 석권한 박세리는 앞으로 「타이거 우즈급」 대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박세리가 출전할 예정인 98제이미파 크로거 클래식대회(9∼12일)의 주최측은 박세리를 정중히 모셔오기(?) 위해 US여자오픈대회가 열렸던 위스콘신주 쾰러로 자가용비행기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박세리는 일단 현지에서 부모와 함께 1,2일 휴식을 취한뒤 오하이오주 하이랜드로 이동할 계획이다. 「자가용 비행기로 모시기」는 전세계에서 타이거 우즈 정도가 받은 특혜다.
○…손에 땀을 쥐게하는 드라마를 연출한 박세리는 국내외 보도진에게 둘러싸여 『18번홀에서 볼이 워터 해저드 부근의 경사 러프에 있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가』라는 질문에 『최후의 찬스였기 때문에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고 대답.
○…ESPN의 한 여기자는 박세리를 가리켜 『도저히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훌륭한 선수』라고 격찬.이 기자는 『위기에서도 결코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세는 매우 감동적이었다』고 말했다. 임시 프레스센터에 있던 수백명의 기자들은 서든 데스 연장전에서 박세리가 추아시리폰을 따돌리고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내기도.
○…골프광으로 이번대회를 참관한 조지 부시 전 미대통령이 경기후 세계골프사에 한 획을 그은 박세리를 찾아와 악수를 나누며 승리를 축하. 승리를 확정짓는 버디 퍼트후 부모와 얼싸안은 채 눈물을 흘린 박세리는 『열심히 잘 했다』고 격려하는 부시와 잠시 웃음꽃을 피운 뒤 꾸벅 머리를 숙였다.
○…67년이후 아마추어로서 첫 우승을 노리던 태국계 미국인 추아시리폰은 우승이 좌절되자 몹시 허탈한 표정. 경기직후 박세리에게 다가가 축하인사를 건넨 추아시리폰은 즉석 인터뷰에서 『게임이란 다 그런 것 아니냐』고 애써 담담해하면서 『오늘 승부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큰 경험이 됐다』고 의미를 부여.<쾰러 외신="종합">쾰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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