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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공기업 민영화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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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공기업 민영화 ‘그림의 떡’

입력
1998.07.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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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열사까지 파는 마당에 인수여력 없다”/외자잔치 구경신세… 롯데만 담배公 관심「마음은 꿀떡 같지만 여력이 없다」 「구조조정으로 내코가 석자인데」

정부의 공기업민영화 발표를 바라보는 삼성 현대 등 5대 그룹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6공과 문민정부 시절 정부의 공기업민영화 방침이 발표될 때 데이콤 한국중공업 등 알짜배기 공기업을 놓고 사운을 건 혈전을 벌이던 것과는 분위기가 전혀 딴판이다. 30대그룹이 평균 500%에 달하는 부채비율을 내년까지 200%로 줄이기 위해 알토란같은 계열사까지 내다팔아야하는 상황에서 공기업을 인수할 돈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가 빅딜등 구조조정을 독촉하며 전방위 압력을 가하는 가운데 공기업을 인수하겠다고 할 경우 거센 비판을 들을 것으로 보이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재계는 공기업민영화 인수경쟁이 외국자본의 잔치가 될 것으로 보고있다. 공기업 민영화 목적이 외자유치에 있고, 자금사정을 감안할 때 외국투자가외에는 공기업을 인수할 「전주(錢主)」가 없기 때문이다. 외국업체들은 이미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미국 영국 프랑스 업체관계자들이 공기업민영화플랜이 발표된후 한국전력 한국중공업 포철등의 지분인수를 위해 주무부처를 방문하는 등 입질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한화의 발전부문을 인수했던 미국의 AES사는 한전 발전사업 인수를 위해 전담팀을 구성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재벌들은 핵심사업까지 팔아 부채비율을 낮추는데 전력투구하고 있다며 공기업 인수대열에 동참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는 삼성 현대 LG 대우 등 주력재벌들이 회장직속기구로 설치했던 공기업인수를 위한 태스크포스을 해체한데서 잘 나타난다.

재벌들은 IMF체제전만해도 계열사간 상호지급보증을 통한 은행차입과 내부 거래등으로 공기업인수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재벌해체를 겨냥한 새정부의 개혁드라이브로 계열사간 내부거래와 차입경영이 불가능해졌다. 이로인해 공기업인수를 위한 「실탄」마련이 어려워지게 됐다는 반응이다.

삼성관계자는 『외환위기후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볼보에 중장비사업을 7억5,000만달러에 매각하고 자동차가 빅딜대상이 되고 있다』며 『현재론 공기업인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관계자도 『숙원사업인 일관제철사업을 포기하고, 미국 반도체투자법인 심비오스를 7억6,000만달러에 팔 정도로 구조조정에 사력을 다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이 차입경영을 억제하는 상태에서 공기업인수를 위한 은행차입이 가능하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재벌 대부분이 자금고갈로 공기업인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롯데는 예외여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신격호(辛格浩) 회장의 탄탄한 자금줄을 바탕으로 담배인삼공사의 인수에 눈독을 들이는 등 마음만 먹으면 공기업을 인수할 자금력이 있기 때문이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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