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 中에 체포된 두 요원/20여년 최장기 복역후에도 조직보호위해 자서전출판 거절한국전쟁 발발 48주년이었던 지난달 25일 버지니아주 랭글리에 있는 미 중앙정보국(CIA)에서는 의미 있는 훈장수여식이 있었다. 일반에게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두 CIA 전직 요원에게 CIA의 최고 영예훈장이 수여됐다. 이들은 CIA 창설 50주년을 맞아 생존해 있는 「CIA 가족」가운데 최고의 요원으로 선정된 것이다.
CIA내에서 「CIA의 전설」로 불리는 보스턴 대학의 체육감독 리차드 펙토씨와 코네티컷주 판사 존 다우니씨는 중공군의 개입으로 한국전이 혼미상태에 빠진 52년 11월 29일 중국 만주 상공을 향해 날아갔다. 중공군의 배후에서 군사적 동향을 살피던 CIA의 현지인 조직으로부터 긴급히 구조요청이 날아와 이들을 빼내기 위해 비밀리에 도쿄(東京)에서 비행기를 탔다. 당시 20대 초반이었던 두 요원은 그러나 이미 현지 조직원을 체포한 중국당국이 거짓 구조요청을 보낸 것을 모르고 있었다. 이들이 탄 B29는 만주상공에서 기다리고 있던 중공군에 의해 격추됐다.
중국법정에서 간첩혐의로 각각 징역 20년과 종신형을 선고받고 기나긴 암흑생활에 들어갔으나 공식적으로 이들은 「존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미국 정부도 『이들은 군무원으로서 업무상 서울도쿄를 오가던 중 비행기가 격추되어 사망했다』고 덮어버렸다. 미국은 장막 뒤에서 끊임없이 중국측과 협상을 벌이며 이들의 석방을 위해 노력했으나 닉슨 대통령이 베이징(北京)을 방문한 뒤에야 이들은 햇빛을 볼 수 있었다. 닉슨 대통령이 이들의 신분이 CIA 요원이었음을 중국측에 인정한 뒤 펙토씨는 71년, 다우니씨는 73년에 풀려나 미국땅을 밟았다.
청춘을 중국의 감옥에서 보낸 이들은 그러나 거금을 제의하며 자서전 출판을 설득하는 출판사의 유혹에도 불구하고 지난 25년동안 입을 다물며 끝까지 CIA를 보호했다. CIA 요원 가운데 적국에 억류된 사람으로 최장기 기록을 세운 이들이 조국인 미국에 대해 불만을 품을 법도 했는데 전혀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40대가 넘은 몸으로 각각 보스턴대와 하버드법대에 진학,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에 대해 CIA측은 『갖은 고초에도 불구하고 CIA의 기밀에 관해서 중국측에 털어놓지 않았다』고 높이 평가했다. 특히 다우니씨의 예일대 동창으로 함께 CIA에서 일했던 제임스 릴리 전주한대사는 『CIA에서 일하는 젊은이들에게 과거의 선배 중에 이같은 영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한다』며 이들의 훈장수여식을 적극 추진했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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