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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의욕없고 정부 의지없다(수출 살려야 경제산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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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의욕없고 정부 의지없다(수출 살려야 경제산다:1)

입력
1998.07.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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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인건비 하락 好機 ‘허송세월’/규제완화없이 정부 “해줄게 없다”수출기반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리고 있다. 국내의 수출상품생산현장과 해외의 수출마케팅조직이 급격히 와해되고 있고 수출세일즈맨의 사기가 땅에 떨어졌다. 정부당국자들은 말로만 수출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 실효성있는 정책개발은 포기한 채 탁상공론만 일삼고 있다.

수출은 과거 「한강의 기적」을 일군 일등공신이지만 지금은 국제통화기금(IMF)체제극복을 위한 유일한 탈출구다. 한국은 한푼의 달러가 아쉬운 상황이다. 달러조달을 위해 문전옥답과 알짜배기 기업들을 외국인에게 헐값에 팔고 있다. 자존심도 버린지 오래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수출이 살아나지 않으면 더 큰 재앙이 닥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당국자들은 금년 상반기 무역수지 흑자액이 200억달러에 달할 것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지만 이 통계는 허수(虛數)에 불과하다. 수출이 늘어 무역수지가 흑자난 게 아니라 수입이 줄어 흑자가 났다. 수출증가율이 지난 2월 19.9%를 정점으로 큰 폭으로 떨어지기 시작, 6월에는 마이너스 5.6%를 기록했다. 반면 상반기 수입액은 전년동기대비 36.6% 줄어들었다. 성장의 견인차인 수출이 골병을 앓으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집단도산의 위기를 맞고 있다.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대기업도 부도도미노의 덫에 걸려 들고 말았다. 업계관계자들은 『현재의 금융시스템을 방치하면 전체 기업 가운데 3분의 1이 3개월 이내에 쓰러질 것』이라며 『수출회복과 경제회생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객관적인 수출환경은 과거에 비해 결코 나쁘지 않다. 수출채산성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원·달러환율이 지난해의 2배수준이다. 인건비도 절반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수출은 뒷걸음질을 하고 있다. 수출기반 와해의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인가. 업계는 「수출하려는 의욕」이 없고 정부는 「수출을 진흥하려는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주무부처인 산업자원부는 물론이고 재정경제부 청와대경제팀 등 정부당국은 수출기반이 무너지고 있는데도 팔장만 끼고 있다. 당국자들은 『민간자율시대에 정부가 해줄 게 뭐가 있느냐』라며 『백약이 무효』라고 둘러댄다. 과연 그런가. 정부는 수출확대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답은 부정적이다. 대표적인 예가 수출산업에 대한 규제완화다. 정부는 수출업계를 지원할 돈이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지만 돈이 필요없는 정책인 규제완화를 미루고 있다. 부처이기주의와 복지부동의 산물이다. 정부의 수출지원정책은 청와대를 겨냥한 언론플레이용이 태반이다.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정부당국자들이 아직도 수출의 중요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탓이다.

「수출만이 살 길」 「수출 많이 하는 사람이 애국자」라는 슬로건은 아직도 유효하다. 모든 정책의 우선순위가 수출확대에 두어져야 한다. 머뭇거릴 여유가 없다. 복원력을 상실한 배는 삽시간에 침몰하고 만다. 타이타닉호처럼. 한국수출산업이 이 지경에 와 있다.<이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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