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가 3일 오후 강릉을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 재선거에 출마한 조순(趙淳) 총재를 높이 치켜세웠다.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갈등관계를 지속해온 두사람이 이날처럼 「사이좋은」 분위기를 연출한 것은 대선이후 7개월여만에 처음. 이 자리에는 무려 55명의 소속의원이 동석했지만 이 명예총재에게 각별한 시선이 쏠린 것은 이 때문이었다. 더구나 이 명예총재는 같은 시각 열린 서초갑 지구당 개편대회 참석을 포기하고 강릉행(行)을 택했다.두 사람은 모두 상대방에 대한 덕담으로 연설을 시작했다. 이 명예총재는 『대선 당시 조총재는 3김정치 청산을 위해 힘을 합치자는 나의 제의를 조건없이 흔쾌히 수용, 선거전의 큰 전기를 마련했다』면서 『조총재를 압도적으로 당선시켜 시원한 여름을 보내기 바란다』고 말했다. 조총재도 『무더운 날씨에 이곳까지 와주신 이 명예총재에게 감사한다』며 박수를 유도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국 양립할 수 없는 정치구상을 피력함으로써 서로의 「거리」를 재차 확인했다. 이 명예총재는 『대선에서 패배한 우리는 이대로는 정권에 맞설 수 없다』며 지도체제 개편 등을 통한 당풍쇄신을 거듭 역설했다. 이에 조총재는 『당의 장래가 걸린 이번 선거에 나서는 것이 총재의 직분을 수행하는 길이라고 믿었다』며 종로 보선출마를 거부한 이 명예총재를 은근히 압박하기도 했다.<강릉=유성식 기자>강릉=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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