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한파에 10억 ‘생존고통’/중산층몰락 빈부 양극화/아동매춘·자살 급증 등 사회불안가중 미래 암울기록적인 실업자와 고물가를 초래한 아시아 경제위기는 사회 기반을 뒤흔들며 아시아인들을 생존의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1,300만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며 태국과 중국은 각각 300만명, 2,000만명이 실직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40억 아시아인구 중 10억명이 실업의 고통 속에 놓여있다고 진단했다.
실업은 아시아 사회 발전의 원동력인 근로의욕을 상실케 하고 중산층의 몰락에 이은 빈곤층의 확대를 불러왔다. 계층의 양극화는 이제 아시아 사회의 가장 큰 불안요인이 됐다. 범죄의 폭증, 부자들에 대한 테러 등은 계층 양극화가 한 원인이다.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인도네시아인들의 화교에 대한 약탈과 폭행은 계층간 갈등의 한 단면이다.
지난 30년동안 아시아 경제의 비약적 발전은 이 지역의 높은 교육열에 기인한 측면이 크다. 그러나 경제위기는 아이들의 교육기회마저 박탈하고 있다. 국가 발전이 원천적으로 봉쇄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태국의 경우 5만여명이 취학 연령인데도 초등학교에 입학조차 못했고 인도네시아에선 전체 초중고생 중 800만명이 중도에 학업을 포기해야 했다.
실업은 기아를 부르고 있다. 베트남 어린이 중 45%가 영양실조에 빠졌다. 태국 인도네시아 라오스 캄보디아에선 약값이 3배 이상 치솟아 치료를 포기한 채 죽을 날만 기다리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다. 자살자도 급증하고 있다. 1월 태국 방콕의 쇼핑센터에선 생면부지의 20대 남녀가 만나 『취직을 못해 가족에게 부담이 돼 미안하다』는 유서를 남긴 채 동반자살했는가 하면 홍콩에선 경제위기가 시작된 이후 자살자가 하루 6명으로 전보다 3배나 증가했다.
경제위기는 사람들의 도덕과 양심, 인권의식을 마비시키고 있다. 경제위기 이후 태국과 스리랑카, 캄보디아에선 50여만명에 달하는 여자아이들이 부모에 의해 매춘굴로 팔려갔다. 말레이시아 홍콩 등에서 일하고 있는 650만명의 외국노동자들은 임금착취, 폭행, 뇌물상납 강요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아시아의 경제위기가 낳은 가장 큰 희생은 아시아인들의 자신감과 희망, 미래의 상실이다. 21세기는 아시아의 시대라는 말은 이제 옛말이 돼가고 있다.<배국남 기자>배국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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