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에 위치한 펜실베니아주에 가면 꼭 들러야 할 관광코스 중의 하나로 「아미쉬(Amish) 마을」이라는 곳이 있다. 10여년 전 해리슨 포드가 주연한 영화 「목격자(Witness)」에서 주인공이 악당의 손길을 피해 도망쳐 간 마을이다. 현대 문명의 이기(利器)를 마다하고 200년전의 생활방식을 고집하고 있는 이곳은 그야말로 미국판 「청학동 마을」이라 할 수 있다.이들은 유럽에서 생겨난 기독교의 일파인 메노파 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18세기 미국으로 집단이주해 온 사람들의 후손이다. 「펜실베니아 더취(Pennsylvania Dutch)」라고 불리지만 사실은 독일을 뜻하는 「Deutsch」가 네덜란드를 뜻하는 「Dutch」로 와전됐을 뿐 대부분 독일계다. 미국내에 약 9만명 정도로 추정되는 기독교율에 완전 복종하며 절대검소를 신조로 삼고 전기 자동차 TV 등을 외면한 채 아직도 마차를 타고 다니며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학교교육이 우리의 생활방식을 위태롭게 한다』며 의무교육을 거부해 가끔 소란을 피운 것을 제외하고는 외부인과의 결혼도 금지하는 등 외부과의 단절 속에 평화스럽게 살아왔다.
그러나 속세의 거센 물결은 이들을 가만히 두지않았다. 빈곤에서 벗어나기 위해 10여년전 전통적인 농업 이외에 소규모의 자영업을 허용한 것을 계기로 이 마을에도 변화가 일기 시작했다. 유기농법으로 성공한 경우는 그렇다 해도 가구제조업 식품업 등이 생겨나면서 이 마을에도 핸드폰과 팩시밀리가 들어왔고 백만장자도 탄생, 포브스 잡지에까지 소개되었다.
하지만 경제적 풍요에는 반드시 독소(毒素)가 따라다니게 마련이다. 가장 금기시되어 있는 자동차를 남몰래 구입하는 사람이 생겨났고 최근에는 급기야 마을 청년 두 명이 마약밀매 혐의로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되는 사상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또한 워크맨과 더불어 랩 뮤직에 심취해 가는 마을 젊은이들 사이에 이미 상당부분 약물이 퍼져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문명과 풍요는 멀지 않아 아미쉬 마을을 민속촌같은 박제화한 관광지로 만들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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