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자 피해클듯정부가 퇴출은행의 실적배당 신탁상품 가운데 3조7,032억원에 달하는 「특정금전신탁」에 대해서는 원금과 수익금 일체를 보장해 주지 않기로 결정, 파문이 예상된다.
금융감독위원회 당국자는 3일 『특정금전신탁은 가입자가 어디에 자금을 운용하도록 지정하는 상품이어서 원리금을 보장하지 않는게 당연하다』며 『따라서 특정금전신탁 등을 인수은행이 인수토록 하되 원금과 이자(수익금)를 인수후 운용실적에 따라 지급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인수은행들은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인수는 하되 퇴출은행을 대신하여 청산절차만을 대신해줄 방침이다.
그러나 인수은행 신탁담당자는 『퇴출은행들의 경우 유동성을 확보하고 수탁고를 무리하게 올리기 위해 높은 확정금리를 약속하는가 하면 운용처도 가입자 대신 자기들이 정해주는등 사실상 확정금리상품처럼 편법운용해 온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특히 퇴출은행들은 우량은행에 고객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금리를 약속하는 대신 유치자금을 부도위험이 있는 기업들이 발행한 무보증회사채나 기업어음(CP)등 고수익·고위험자산에 이 자금을 집중운용, 부실화 가능성이 다른 실적배당 상품보다 크기 때문에 이 상품 가입자들은 자칫 수익금은 고사하고 원금도 건질 수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부도기업이 발행한 무보증 회사채에 이자금을 운용했을 경우 부도기업이 청산될 때까지 자금을 찾을 수 없으며 극히 일부 자금만을 찾을 수 있게 된다.
「특정금전신탁」의 경우 은행별로 최저투자한도가 다르나 통상 1억원이상 고액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연기금등 기관투자가들이 많이 투자하고 거액을 운용하는 개인투자자, 이른바 「큰 손」들도 애용하는 상품이어서 이번 조치로 이들이 큰 손실을 입을 전망이다.
5개 퇴출은행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고는 4월말 현재 3조7,032억원으로 10∼20% 가량이 개인투자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이번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보장제외」조치로 다른 은행이나 투신사의 특정금전신탁 투자자들이 대거 다른 상품으로 자금을 옮길 가능성이 커 금융권에 일대 혼란이 예상된다. 지난해말 현재 은행권의 특정금전신탁 수탁규모는 40조5,000억원으로 전체 신탁수탁고의 21%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중 80∼90% 가량은 연기금등 기관투자가가 예치한 것이고 나머지 10% 가량은 개인투자자들이 맡긴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금감위는 특정금전신탁과 마찬가지로 가입자가 자금운용처를 지정하고 주로 주식에 투자하게 돼 있는 「금외신탁」도 보장대상에서 제외했다. 그러나 5개 퇴출은행의 「금외신탁」 수탁고는 4월말 현재 149억원에 불과, 「특정금전신탁」에 대한 보상제외조치보다 파문은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유승호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