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처럼 인간의 본성을 잘 드러내는 놀이도 없을 것이다. 사람은 잡기를 해보아야 속마음을 안다는 속담도 있다. 실제로 사람의 됨됨이를 알아보려면 같이 도박을 해보라고 권하는 사람도 있다. 돈이란 누구나 좋아하는 것이지만 힘들여 벌기보다는 도박처럼 쉽게 얻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거기다 돈을 따는 과정에서 얻는 쾌감에 스트레스 해소작용까지 있어 아무리 법으로 금해도 도박은 없어지지 않는다.■노름은 따는 사람보다 잃는 사람이 많게 돼 있다. 끝판에 즐거운 사람보다 기분을 잡친 사람이 많은 것이 노름판의 심리학이다. 돈을 잃으면 잃을수록 본전 생각이 간절해지게 마련이고, 본전만이라도 건지겠다고 덤비다가 더 큰 돈을 잃는 것이 노름꾼들의 생리다. 기분 나쁜 것이야 잠깐이고 패가망신을 하게 되니 이만저만 큰일이 아니다. 법질서 유지에 앞서 국민정서 순화와 재산보호를 위해서도 도박은 단속해야 한다.
■김영삼 정권의 몇 안되는 업적 가운데 사행행위 규제법을 개정해 슬롯머신 업소같은 도박산업을 폐지시킨 것은 크게 평가받을 일이다. 온갖 사회악의 온상으로 지목돼온 슬롯머신 업계 비리수사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이 법 개정안을 의결하는 국무회의에서 당시 내무장관은 『관광진흥 목적으로 허가된 슬롯머신 업체에 주로 내국인이 출입하고 있어 사행행위를 조장하고 있다』고 폐지이유를 설명했었다.
■5년이 채 못된 요즈음 정부 여당이 전국 98개 관광호텔에 슬롯머신 업소를 다시 허가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외국인 관광객들에게서 달러를 우려내 관광업계를 살려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화관광부는 승률이 90% 이상이 되도록 해 사행심을 낮추겠다는 궁색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다면 더욱 사행심을 부추겨 도박을 조장하는 결과가 될 것이다. 전국을 도박장화하려는 발상이 어떻게 가능한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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