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는 1일 전향제도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법무부는 이날 정부수립 50주년이 되는 이번 광복절을 기해 공안사범, 선거사범, 한보사건 관련사범들의 대대적인 사면복권을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미전향 장기수등 어떤 공안사범이라도 국법준수를 서약하면 사면대상에 포함시키겠다고 보고했다.이유야 어떻든 수십년 영어(囹圄) 생활을 견뎌온 미전향 장기수들을 풀어준다는 것은 인권 측면에서도 바람직하다. 구미(歐美)선진국들과 국내외 인권단체들이 끈질기게 그들의 석방을 요구해 온 저간의 사정을 돌이켜 보면 이제야 인권국가를 지향한다는 소리가 부끄럽지 않게 됐다.
무엇보다 이번 조치는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제19조) 정신의 실현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분단이후 반세기동안 체제유지를 위해 자유민주주의 사상만을 인정해 온 정부가 이제 전향제도 폐지를 들고나온 것은 체제의 우위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조치라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에게는 북한의 체제와 이데올로기에 대한 저항이 있음을 또한 잊어서는 안된다.
제도 변경이 아니더라도 지금까지 미전향 장기수들을 석방한 전례는 많다. 사면이나 가석방의 조건으로 반드시 전향서나 반성문 같은 각서를 써야 했기 때문에 겉으로는 전향자지만 실제로는 대부분 미전향자들 이었다. 전향서를 쓰고 풀려난 남파간첩이나 정부전복을 기도한 국가보안법 사건 연루자들이 다시 비슷한 사건에 연루되는 경우가 있었던 것처럼 이번에 사면되는 대상자들도 안심할 수 없다. 정부는 사면 석방후의 보안조치에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사면 대상자 선별기준에도 객관성이 있어야 한다. 물론 일반 가석방 제도처럼 행형성적 등을 참고해 재범 우려가 없는 사람을 우선으로 하겠지만 죄질과 복역기간 건강상태 등을 골고루 판단기준에 넣어야 할 것이다.
지난날 한총련등이 미전향자들의 출감을 환영하는 대대적인 행사를 준비하다 수천명의 경찰과 대치했던 일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또 이인모씨 북송사건 이후 북한측이 국제적십자사에 특정 미전향자 북송을 요청, 우리나라 관련단체들이 북송논의를 꾀한 일도 있었다. 이런 사태는 대다수 국민의 정서로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므로 특별히 경계해야 한다.
보수층에서는 이번 잠수정 사건에 대한 북한측의 인정과 사과를 받기도 전에 시체를 북송키로 한 조치에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전향제도 폐지가 무분별한 미전향자 사면으로 이어지고, 내친 김에 그들을 가족이 기다리는 북으로 돌려보내자는 논의를 불러 일으킨다면 또 한번 극심한 혼란과 국론의 분열현상이 재연될 우려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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