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머니’에 물려 자산 ⅔ ‘물거품’/각국주가 15∼61% 폭락/부동산도 가치 하락/땀흘려 쌓은富 ‘사상누각’악몽같은 경제위기를 맞아 한동안 아시아 각국에는 음모설이 나돌았다. 「아시아를 흔들어 길들이려는 구미자본의 음모」 「화교 자본을 위축시키려는 유대계 자본의 음모」 「미국의 중국 길들이기」 등. 그러나 시간이 가면서 음모설은 차츰 힘을 잃어갔다. 대신 통제 능력을 넘는 해외 자금의 유입을 불렀던 아시아의 구조적 약점에 대한 반성이 힘을 얻고 있다. 자본은 늘 이윤을 향해 무자비하게 움직인다는 시장의 철칙을 너무 늦게 깨달았다는 후회와 함께.
현재 세계의 민간 금융자산은 약 60조 달러를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단기 고수익을 향해 움직이는 투기성 자금(핫 머니)의 비율이 날로 높아지고 있어 국제금융시장 전체의 안정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외환, 주식, 채권, 상품선물 시장 등을 떠도는 투기성 자금만도 하루 1조 6,000억달러에 달한다. 전세계 외환보유고 1조달러를 크게 넘어섰고 연간 전세계 원유거래액의 4배에 이른다. 전세계적으로 3,000억달러의 자본금을 보유하고 있는 헤지펀드의 경우 5∼10%의 증거금만으로 거래를 할 수 있어 이론상 하루 6조달러를 움직일 수 있다. 이런 거대 자금의 공세 앞에 버틸 수 있는 것은 미국과 일본, 독일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투기성 자금이 아시아 위기로 잃은 것은 별로 없다. 애초에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통화기금(IMF) 지원 방안을 두고 미국내에서조차 「국민의 세금으로 자산가들의 이익을 보호해서는 안된다」는 주장이 나왔다. 그동안 아시아 시장에서 엄청난 이익을 봤으니 아시아의 지불 불능으로 손해를 봐도 그만 아니냐는 주장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위험이 큰 단기 채권은 정부가 보증하는 장기 채권으로 전환되고 있고 이자율은 더욱 높아졌다. 아시아 각국이 국가 파산에 이르지 않는 한 경제 위기 이전보다 더 높은 수익을 보장받았다. 반면 이런 투기성 자금에 의해 부풀려졌던 아시아의 자산은 물거품으로 날아가고 있다. 지난해 7월 2일 태국에서 시작된 통화위기 이래 아시아 각국의 주가는 형편없이 떨어졌다. 지난주말을 기준으로 IMF 지원을 받고 있는 한국과 태국, 인도네시아는 41∼61%나 떨어졌다.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홍콩도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경제체질이 가장 튼튼하다던 대만조차도 15%의 주가하락을 겪어야 했다. 부동산 가격도 마찬가지다. 통화 가치 하락을 고려한 달러 환산 자산가치는 거의 1년만에 3분의 1 정도로 떨어졌다. 해외 단기자금이 빚은 거품과 함께 땀흘려 쌓은 부까지 함께 날아간 현실은 쉽게 설명되기 어렵다.<도쿄=황영식 특파원>도쿄=황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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