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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신성불가침?/유병률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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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권은 신성불가침?/유병률 사회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
1998.07.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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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A초등학생들의 담임교체 요구 사건을 특종보도한 29일 본사에는 온종일 「교권은 어떤 상황에서도 수호돼야 한다」는 격앙된 목소리의 전화가 빗발쳤다. 같은 날 뜻밖에도 PC통신에는 「철부지들의 주장도 존중돼야 한다」는 의견도 상당히 많이 올랐다. 이는 적어도 이 사건에 관한한 사회적 컨센서스가 이뤄지지 않았음을 의미한다.사건 당사자들의 의견차도 여전히 심각했다. 한 어린이는 『평소에 선생님께 왜 불만을 말씀드리지 않았느냐』고 묻자 담임교사의 별명을 서슴없이 들먹이며 『○○하고 어떻게 얘기해요』라고 대답했다. 담임 김모(57·여)교사 또한 기자를 당황하게 만들긴 마찬가지였다. 『애들이 얼마나 영악한지 아세요. 선생을 우습게 알아요』 『요즘 초등학생들은 애들이 아니에요. 어린이로 알고 상대했다간 큰 코 다칩니다』며 감정을 억제하지 못했다.

교장과 면담하고 나온 한 학부형은 『철이 없으니까 애들이지. 처음부터 내자식처럼 쓰다듬었다면 애들이 저렇게까지 했을까요』라며 불평을 털어놨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날 유인종(劉仁鍾) 서울시교육감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교권수호」를 내세우며 「담임교체는 있을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발표했다. 교사들은 「십계명」이라도 받은 것처럼 의기양양했다. 담임교체를 허락했던 이모(63) 교장은 『버릇없는 아이들의 말을 다 들어주면 안된다』고 말을 바꾸었다. 『차라리 그만두고 싶다』던 김교사도 『하루하루 가시밭길을 걷는 기분이지만 동료들의 명예를 생각해 참고 교단을 꿋꿋이 지키겠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성찰이나 제자들에 대한 사랑이라곤 찾아 볼 수 없었다.

교권은 신성불가침한 권리가 아니다. 교권은 사랑으로 가르칠때 스스로 확보된다. 교권을 집단의 힘을 빌려 지키려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은 일이다. 이번 사건을 진정한 교권을 확립하는 계기로 삼는게 도리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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