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점장서 청경까지 전원출근 ‘인수 협조’/전국 유일 ‘아름다운 퇴장’/“배신자 비난 받더라도 끝까지 서비스하는게 도리”/하나銀,전원 고용승계 검토「금융빅뱅」 D데이였던 29일 이른 아침. 충청은행 대전가양동지점.
경비업체의 협조를 얻어 지점문을 열고 들어온 하나은행 인수팀은 경찰 수십명의 호위를 받으며 업무 인수준비를 하고 있었다. 졸지에 퇴출은행이 된 충청은행 직원들의 격앙된 모습을 뉴스를 통해 봤기 때문에 모두들 출근거부투쟁을 할 것으로 짐작했다. 일부가 출근하더라도 몸싸움까지 벌어질 지도 몰라 인수인계가 제대로 될 가능성은 거의 없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지점에 들어온지 한시간쯤 뒤인 8시20분. 인수팀은 뜻밖의 광경을 접했다. 박종덕지점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자진해서 출근한 것이었다. 정식직원 6명은 물론, 파트타이머(임시직)와 청원경찰까지 한명도 빠짐이 없었다. 이들은 설움에 북받쳐 울먹이면서도 아직도 내 일인양 시재금을 확인하고 주요문서를 인수하는 업무를 처리했다. 이날 퇴출대상 5개 은행 가운데 전 직원이 출근, 정상적인 업무인수 인계가 이뤄진 지점은 이곳 밖에 없었다.
전날 충청은행이 하나은행에 인수된다는 소식을 들은 박 지점장은 밤을 꼬박 새다시피했다. 새벽녘 박 지점장이 내린 결론은 「고객이 최우선」이라는 은행원의 자세를 지키자는 것이었다. 평소 식구처럼 지내던 지점 직원들에게도 전화를 걸었다. 지점 근처 다방에서 모인 8명의 직원들은 『은행은 간판을 내리더라도 고객이 불편해하지 않도록 마지막까지 서비스를 하는게 은행원의 마지막 자존심』이라는 결론을 내리고 다함께 지점으로 들어선 것이었다.
가양동 지점은 반나절만에 업무인수를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본점 전산망이 가동되지 않아 업무는 이뤄지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동료들의 비난전화였다. 하지만 서운한 감정은 추호도 없었다. 그는 『투쟁하는 동료들이나 업무를 인계한 지점 직원들이나 모두 「평생직장」에 대한 애착은 한결같을 것입니다. 동료들에게 누를 끼치는 결과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고 말했다.
17년동안 근무해온 충청은행을 떠난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던 박 지점장. 그는 다음날 고객들을 찾아다니며 『그동안 도와준데 대해 감사한다』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박 지점장은 『점포장이야 은행을 이 모양으로 만든 책임을 지고 물러가는게 당연하지만 직원들은 모두 다시 근무를 할 수 있었으면 하는게 마지막 바램』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같은 소식을 보고 받은 김승유(金勝猷) 하나은행장은 가급적 박지점장 이하 전원을 고용승계하는 방안을 검토하도록 관련부서에 지시했다.<김준형 기자>김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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