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고발자를 미국에서는 「호각을 부는 사람」(Whistle Blower)이라고 한다. 절실한 뭔가를 알리고 싶은데, 혹은 모든 사람들이 꼭 알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주변에서는 무심할 때 소리를 내어 주의를 집중시킨다는 뜻으로 그렇게 표현하는 모양이다. 이 표현은 또한 유독 혼자 호각을 부는 사람의 용기를 연상시킨다. 그리고 이런 용기를 북돋우고 감싸주려는 미국사람들 특유의 청교도적 정의감, 또는 시민의식이 느껴지기도 한다.■「호각을 부는 사람」이라는 표현은 단순히 구어체의 은유가 아니다. 각종 법조문이나 문서에 사용되는 공식용어다. 내부고발의 개념은 미국사회 각 분야에 널리 자리잡고 있다. 정부기관의 공무원 뿐 아니라 일반기업체나 대학, 병원 등 부조리나 비리가 있을 만한 기관, 단체의 종사자들은 누구나 「내부고발」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중 삼중의 법적 제도적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미국의 내부고발자보호법은 1980년에 제정됐다.
■그러나 법이 보호하는 내부자고발의 개념과 범위에 대해서는 각 주의 명문규정이 조금씩 다르다. 가령 뉴욕주의 경우 고발내용이 공공의 안전이나 복리에 명백히 해가 된다는 점을 입증토록 하여 보다 제한적으로 규정한다. 반면 이웃 뉴저지주에서는 고발자가 위법이라고 믿을 만한 타당한 내용이기만 하면 고발자는 보호받을 수 있다. 또한 뉴욕주는 고발대상행위가 누적 반복적으로 이루어질 경우만을 인정하며 해당행위관련자의 고발은 보호하지 않는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월 서산의료원 직원의 내부비리 진정에 대해 보호받아야 할 내부자고발이라고 판시한 서울고법의 판결이 있었다. 96년 대법원이 내부자료를 폭로한 이문옥(李文玉) 감사관에 대해 감사원의 파면조치를 취소토록 판결한 적이 있으나, 내부자고발을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 정부는 최근 공직자부패를 다스리기 위해 내부자고발을 보호키로 법제정에 착수했다. 지연 혈연 학연이나 상명하복 등으로 얽힌 한국적 공직문화에 어떤 변화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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