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재정적자가 커지더라도 이를 감내하고 경기부양을 위해 우선 수조원의 자금을 방출하겠다고 하였다. 이를 계기로 당면한 거시정책방향에 대하여 적지않은 논쟁과 혼선이 있는 것 같다. 경기부양책을 쓸 것인가. 적자재정을 한다면 재원은 어떤 방법으로 조달하고, 쓰기는 어떤 용도에 써야 하는가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서 좀 더 명백히 할 필요가 있다.먼저 지금이 경기부양책을 쓸 때인가 하는 문제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수행하기 위해서 자금순환을 정상화시키고 금리를 내리도록 해야하지만 공공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하려는 적극적 의미에서의 경기부양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왜 그런가.
지금 우리 경제 형편을 보면 외환위기는 한 고비를 넘겨 외환문제보다는 국내문제가 더 급하고, 국내문제는 물가문제보다도 실업문제가 더 절박한 상황에 있다. 그래서 필자는 돈을 여유있게 풀고 금리는 12%수준으로 낮추고 외환흑자를 지키기 위해 고환율을 유지하고 그 대신 올해는 15%정도의 인플레를 견뎌내면서 모든 힘을 금융부실문제 해결에 집중하자고 본란을 통해 지적한 바 있다.(본보 6월2일,16일자) 이것은 경기부양을 위해서가 아니라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수행하자는 취지에서이다. 지금까지와 같은 「초긴축 초고금리」하의 경제운용은 기업도산과 부실채권 그리고 실업을 필요이상으로 양산하고 고비용문제를 더 악화시켜 기업의 자생력을 죽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돈을 풀고 금리를 내려주면 흑자도산을 막을 수 있고 경기에도 어느 정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방향에서 경기에 숨통을 터주는 것은 바람직하며 구조조정에 역행하지 않는다. 그러나 정부가 적자재정으로 공공사업을 벌여 경기를 부양하려는 적극적 의미의 경기부양책은 우리의 구조조정 노력에 상충하는 것이며 실효성도 의문이다. 그러한 「뉴딜정책」은 미국에서 수요부족으로 인한 불황을 치유하는데 이용된 정책이다. 민간의 소비와 투자가 얼어붙어 있기 때문에 하는 수없이 정부가 공채를 팔아서 그 돈으로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불황을 치유하자는 정책이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고비용과 과소비로 국가경쟁력을 상실하고 국제수지가 악화하여 경제가 주저앉은 것이며 그 결과로 지금과 같은 불황과 실업을 맞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공사업을 벌이는 경기부양책은 사태를 다스리기보다 악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지금 우리경제를 다스릴 구조조정은 노임과 금리를 내려 고비용을 다스리고 국민소비를 줄여 과소비를 시정하는 「허리띠 졸라매기」이며 이러한 감량조정을 적어도 3년이상 지속해야 우리 경제의 병이 치유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정부의 적자재정정책은 어떻게 운용해야 하는가. 먼저 재원은 시장에서 공채를 파는 것보다도 한국은행에서 차입하는 쪽이 바람직하다. 공채를 팔게 되면 시장금리를 올리고 자금경색을 가중시키기 때문이다. 특히 지금은 한국은행에서 돈이 나가도 시중은행에서 돈을 내보내지 않는 상황이기 때문에 한은이 정부를 통해서 자금을 방출할 필요가 있다.
그러면 그 돈으로 공공사업을 하지말라면 어떻게 쓰라는 것인가. 금융개혁자금으로 써야 한다. 금융부실문제가 경제위기의 뇌관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10조원의 자금이 마련됐다면 그 일부는 부실은행에 출자하여 일단 국영은행으로 만든 다음 정부주도로 은행통폐합을 단행하여 부실은행을 정리하는 것이다. 이런 방법이 아니고는 부실은행 정리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자금은 성업공사등을 통하여 금융부실채권 정리자금으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요컨대 정부의 적자재정정책은 옳지만 그것은 경기부양보다도 구조조정수단으로 활용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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