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히 시달렸어요. 정치인들이야 으레 그런 것 아닙니까』5개 은행 퇴출결정이 발표된 29일 결정에 깊숙이 간여해 왔던 여권의 한 핵심관계자는 무척 피곤한 표정으로 정치인들의 로비사실을 이렇게 시인했다. 다시 그의 얘기.『국민회의에서는 경기도 분들이, 자민련에서는 충남 충북의원들의 목소리가 높았습니다. 「개혁저해세력」에 대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경고도 이런 상황때문에 나왔다고 봐야지요』
누구보다 열심히 지역은행을 살리려고 뛰었던 여당의원들에게 눈길을 돌려 본다. 이들은 끝까지 씩씩했다. 『지역구의원이 지역은행을 살리려고 노력한 게 무슨 잘못입니까. 충청은행의 퇴출은 지역적인 짜맞추기에 불과합니다』 충청은행의 주요주주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한 자민련의원의 항변이다.
표를 의식해야 하기 때문에 정치인들이 이처럼 오지랖이 넓을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나라처럼 지역색이 유별나게 강한 나라에서 정치를 하려면 그럴 수 밖에 없다는 점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사안도 사안 나름이다. 이번 부실금융기관 퇴출문제는 정치인들이 끼어들 일이 아니다. 오히려 많은 전문가들은 정치인들을 이 사안과 관련해 자숙해야 할 집단으로 지목하고 있다. 지난 정권에서 정치권이 정치논리로 무리하게 금융기관 인·허가를 남발한 게 오늘날 금융기관 부실의 출발점이라는 이유에서이다. 더구나 이번 금융개혁문제는 김대통령이 직접 주도하고 있다. 여권의 정치인들이 여기에 「간여」하려 한것은 사실상 김대통령의 개혁드라이브에 「발목」을 잡으려 한 것이나 다름없다.
의원들이 정말로 이번 조치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면 관련 입법절차, 국회 정책·예산심의과정에서 따지면 된다. 여권이 스스로 공개한 정책여론조사에서 60%를 넘는 국민이 국민회의와 자민련을 「개혁에 소극적인 정당」으로 지목한 점을 여당 정치인들은 뼈아프게 새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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