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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퇴출 이후의 할일/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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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퇴출 이후의 할일/이재웅 성균관대 교수·경제학(특별기고)

입력
1998.06.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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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해 전의 일이다. 졸업을 앞둔 어느 제자가 나를 찾아왔다. C은행과 D은행 두 곳에 모두 취직이 되었는데 어느 은행을 택하는 것이 좋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새로 생긴 은행이 발전의 기회가 더 많을 것 같다며 D은행으로 갔다. 이제 D은행이 부실은행으로 문을 닫게 된다니 그 제자의 거취가 걱정스러워진다.금융감독위원회는 29일 5개 부실은행의 퇴출을 명령하고 이들의 자산 부채는 우량은행에 일괄양도(P&A)하도록 조처했다. 퇴출되는 은행이 5개라고 하지만 모두 합쳐보아야 부실한 시중은행 하나보다도 작은 규모다. 부실기업 퇴출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부실은행 퇴출에 대해서 외국투자가들의 반응이 별로 시원치 않은 것도 아마 그런 때문인 것같다.

이번의 은행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적극 개입은 불가피했으며 그런만큼 정부의 부담도 적지 않다. 퇴출은행 선정에 따르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으며 부실은행 처리비용도 큰 문제이다. 따라서 앞으로 구조조정은 시장원리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루어지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 금융사상 은행퇴출은 전대미문의 충격이지만 이로써 구조조정의 대단원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것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우선 부실은행과 짝짓기를 하게된 우량은행들은 정부가 결국 퇴출은행의 부실을 그들에게 떠맡기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은행퇴출이 단순히 물타기식 짝짓기에 그친다면 부실을 더 키우고 지연시켜서 더 큰 부실은행을 만들어낼 우려도 없지 않다.

그렇다면 은행들의 경영개선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는가? 심각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미 종금사, 증권사등 다수의 금융기관이 폐쇄되었고 또 은행까지 퇴출하게 되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금융기관이 더 폐쇄될지도 알 수 없다. 그동안 정부가 명목상 이런저런 이유로 무분별하게 금융기관의 신설을 허가하고 금융감독은 소홀했던 것이 오늘날 금융부실의 원인이 됐다. 앞으로 금융기관의 신설과 퇴출은 명확한 기준과 원칙에 따라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우량은행과 부실은행의 짝짓기보다 더 중요한 것은 우량은행간의 합병(合倂)을 통한 경쟁력있는 리딩뱅크의 출현이다. 그럼으로써 자금중개기능의 정상화를 통한 금융불안 해소와 시장개방에 따른 외국은행들과의 경쟁심화에 대응해야 한다.

이번에 퇴출을 가까스로 면한 나머지 부실은행들도 계속 부실한 상태로 남아있어서는 안된다. 국제업무와 거액 기업금융을 포기하는 것이 생존을 보장하는 조건이 될 수는 없다. 일단 소나기를 피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안된다. 나머지 부실은행에 대해서도 감자, 경영진 교체, 감원, 합병등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와 아울러 대외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서 기업및 금융기관의 회계제도, 공시제도 및 금융감독기준도 국제기준에 맞도록 강화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외국자본의 유치가 원활하게 되어 금융·외환위기를 해소하고 부실금융기관 및 기업의 매각도 순조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특히 제일 서울은행의 처리가 아직도 지연되는 것을 보면 정부의 개입으로 문제가 복잡하게 된 측면이 있다.

외국투자가들의 관점에서는 이들 은행의 부실이 심한데다가 가격이 맞지 않기 때문에 매입을 주저하는 것같다. 때문에 국내재벌에게 매각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외국금융기관들이 상업성이 없어서 매입을 주저하는 은행을 국내기업이 떠맡는다면 어떤 인센티브를 기대하는 것일까.

은행구조조정은 물론 부실은행을 정리하고 남는 은행의 경쟁력을 높여서 금융중개기능을 정상화하기 위한 것이다. 빈대 잡기 위해서 초가삼간을 다 태우는 것은 곤란하다.

따라서 금융구조조정이 심각한 금융경색 및 금융불안을 초래하지 않도록 세심한 조치들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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