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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지옥/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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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지옥/오미환 문화과학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6.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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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워서 못 살겠다. 어딜 가나 소음지옥이다. 아침부터 밤까지 시달려 노이로제에 걸릴 지경이다. 견디다 못해 대포 쏠 때 군인들이 쓰는 귀마개를 구하려는데 이것도 잘 안된다.이른 아침. 청소차가 가수 이선희의 우렁찬 노래를 틀고 동네를 돈다. 「봄 여름이 지나고 가을 겨울이 온다네 아름다운 강산…」. 쓰레기 갖고 나오라는 신호다. 「아름다운 강산 좋아하네. 조용한 강산이 그립다」. 투덜대며 잠에서 깬다.

출근길 버스. 으레 틀어놓는 방송, 여기저기 이어폰 낀 젊은이들이 흘리는 기계음, 「삐리릭」「응 난데」하는 느닷없는 휴대폰소리…. 라디오에선 MC가 쉬지 않고 수다를 떨고. 고급좌석버스는 더 괴롭다. TV를 켜놓기 때문이다. 「처녀가 아기를 낳았는데 어쩌구 저쩌구…」하는 뻔한 내용의 아침드라마를 덕분에 꼬박꼬박 봤다. 방송을 끄자고 해봤지만 허사였다. 「손님을 위한 서비스」라며 『그렇게 싫으면 자가용을 끌지 왜 버스를 타느냐』고 타박만 들었다. 이어폰소리 줄여달라는 주문은 일과가 됐다. 그런 말을 듣고 미안해 하는 표정은 아주 가끔, 대부분은 못 들은 척 콧방귀를 뀌어 속을 뒤집어 놓는다.

간혹 신촌이나 명동, 종로를 걷게 되면 혼비백산한다. 옷가게마다 대로변에 스피커를 내놓고 밤낮으로 음악을 틀어 손님을 끄는데 귀가 멍멍하다. 소리는 파동이니까 자근자근 두들겨 맞으며 빠져나가는거나 마찬가지다. 표피 안쪽으로 눈에 안 보이는 퍼런 멍이 넓게 퍼져 있을 거라고 상상한다.

휴일 밤. 「이제야 조용하군」하고 좋아하는데 동네 초등학교에서 마이크 들고 노래하는 소리가 들린다. 스카우트대원 야영이란다. 벌떡 일어나 쫓아갔다. 『마이크 좀 줄여 주세요』『학교행사니 좀 참아 주세요』『이해는 할 수 있지만 받아들일 수는 없군요』『정 싫으면 이사가면 되잖아요』. 소음전쟁에서 연전연패다. 아, 정말이지 조용한 별로 이사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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