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자 표기도 찬반팽팽 전면 재검토문화관광부가 지난 해부터 추진해온 한글맞춤법, 로마자표기법등 표기법 개정작업(본보 3월29일자 1·11면 참조)이 무기한 보류됐다. 지난 해 5월 국립국어연구원이 시안을 발표한 로마자표기법 개정은 전면 재검토된다.
문화부 박문석(朴文錫) 문화정책국장은 27일 『한글맞춤법등의 개정이 경제위기의 시대에 효과 이상의 사회적 비용을 일으킨다고 판단, 개정작업을 보류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새로 시안이 마련된 로마자표기법은 찬반 양론이 팽팽해 시행에 문제가 있다』며 『국민 대다수가 찬성할 수 있는 안을 새롭게 만들 방침』이라고 밝혔다. 표기법이 개정될 경우 사전, 법령집등 공문서, 교과서, 참고서등이 새 표기법에 맞춰 개정돼야 한다.
표기법 개정작업에서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로마자표기. 비판여론이 거세게 일어 개정시안이 마련된지 1년이 넘도록 개정작업은 전혀 진척되지 않았다. 비판의 초점은 개정시안이 밝힌 표기법이 현실발음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것이다. 개정시안에 따르면 「어」는 「E」, 「으」는 「U」로 표기하도록 했는데 어느 외국인이 그렇게 읽겠느냐는 비판이다. 반면 개정시안을 만든 국립국어연구원은 『우리의 철자를 체계적으로 정확히 밝혀 적는 것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개정시안에 따르면 현행 표기법으로는 「Opta」로만 표기되는 「없다」 「업다」를 「Ebsda」 「Ebda」로 구별해 표기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한글학회 허웅 회장은 『현행 표기법이 88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외국인의 편의를 위해 졸속 개정된 만큼 재개정해야 하지만 개정시안도 문제가 많다』며 『재개정은 충분한 시간을 갖고 보다 많은 전문가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어연구원은 비현실적 내용을 정비한다는 차원에서 한글맞춤법, 표준어규정, 문장부호규정의 일부를 바꾸는 개정시안을 마련했었다.
주요 개정내용은 ▲한자어와 순우리말의 복합어중 앞 말이 2음절 이상인 한자어 뒤에는 사이시옷을 쓰지 않는다(수돗물→수도물) ▲복합어는 붙여 쓴다(전라북도, 고등학교) ▲수컷을 이르는 수는 숫으로 통일(숫놈, 숫소) ▲쟁이(기술자)/장이(기술자 이외)는 「쟁이」로 통일 ▲줄임표는 6점(……)에서 3점(…)으로 한다등이다.
개정작업은 로마자표기법의 경우 최종결정권한을 가진 국어심의회 표기법분과위가 지난해 6, 7월 두 차례 심의한 뒤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으며 나머지 표기법도 한글분과위원회가 3월까지 세 차례 심의했다.<서사봉 기자>서사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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