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8일자 뉴욕 타임스에 뮤지컬 「미스 사이공」광고가 실렸는데,「오늘밤 3,000번째 사랑에 빠진다」는 문구가 눈길을 끌었다. 베트남전에 참전한 미군병사와 현지 여인의 비극적 사랑을 그린 이 뮤지컬이 그날 3,000회 공연을 한다는 의미였다. 5년전 브로드웨이 시어터에서 60달러에 A석표를 사서 이 뮤지컬을 본 적이 있다. 극장은 뉴욕사람과 지방에서 올라온 관광객, 외국인으로 만원이었다.■이 세 부류의 관객이 현재 뉴욕에서 장기공연되고 있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레 미제라블」 「미스 사이공」등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다. 지금 서울 정동극장에서는 연극 「강부자의 오구」(이윤택 작·연출)가 상설 레퍼토리로 공연 중이다. 대동아전쟁 때 남편을 잃고 온갖 고생을 하며 자식을 키운 후 생에 대한 자부심과 아쉬움, 내세에 대한 나름대로의 기대를 안고 죽음을 맞이하는 여인의 심경을 관조와 해학으로 풀어가는 내용이다.
■특이한 것은 이 연극 관객 중 30% 정도가 외국인이라는 점이다. 연극 속의 전통굿과 장례의식, 뮤지컬적인 쾌활함,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는 영어·일어 자막 등이 외국인 관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요소다. 그러나 외국인이 이 극장에 발을 들여 놓기까지는 그들로 하여금 이 연극을 보고 싶은 욕망을 갖게 하는 전 단계가 있다. 극장측은 김포공항에서부터 외국인에게 영어·일어로 된 「오구」안내문과 극장주변 문화지도를 배포하고 있다.
■또 여행사, 호텔에도 외국인이 이 연극을 볼 수 있도록 홍보자료를 돌리고 있다. 우리의 연극이나 뮤지컬, 오페라 등은 대부분 예상되는 관객수가 한정돼 있기 때문에 공연기간도 짧다. 새로운 관객을 계속 발굴해서 장기공연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다른 작품에 재투자하게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다양한 계층의 관객과 타지역 관객, 외국인 등을 끌어들일 때 공연물의 작품성이 좋아지고 장기공연의 기반도 마련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