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사극 ‘아들’ 내한공연 갖는재일동포 2세 배우 고청미(高淸美·44)씨가 7월4, 5일 국립극장 무대에서 처음 연기한다. 172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일본의 시대극 「아들」(치카마쓰극단)의 어머니 역. 일본 전통의상을 입고 짙은 회칠을 해도 망나니 아들을 꾸짖고 가슴아파할 땐 『영락없이 한국 어머니 같다』는 말을 듣는다.
고씨는 87년까지 한국 땅에 발을 들여놓을 수 없었다. 76년부터 조총련계 고등학교에서 국어교사를 한 그는 조선(북한)국적을 갖고 있었다. 어렸을 때 집안에서 영화관을 운영, 연기자를 꿈꾸던 고씨는 결국 80년 교사를 그만두고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리고 87년 도쿄(東京)에서 김지숙씨가 주연한 「뜨거운 바다」(극단 전설)를 보고 『나의 조국이 여기 있다』고 생각했다.
『조국은 기쁨과 힘을 주어야 하잖아요? 그런데 70년대까지 한국의 정치나 경제상황은 실망스러운 것이었어요. 어릴 때 받은 교육의 영향도 커서, 부모님이 먼저 국적을 옮긴 후에도 저 혼자 고집을 부렸습니다. 그러다가 「뜨거운 바다」를 보고 한국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죠』 고씨에게 「반역자」라고 비난했던 친구들은 이제 『네 마음 속에서 조국은 통일됐다』고 격려한다.
내한공연에서 그는 일본말로 연기한다. 오사카(大阪)출신 근대극작가 치카마쓰 몬자에몬(近松門佐衛門)의 문학을 보존하는 차원에서 오사카의 토속어를 사용한다. 그러나 살인자로 쫓기는 아들을 위해 돈꾸러미를 챙겨온 어머니가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미울 수 있겠느냐』며 오열하는 장면에서는 말이 필요할까. 소리꾼 강선숙씨가 중간 중간 판소리로 내용을 설명, 한·일의 전통양식이 결합하는 무대가 된다.
『일본연극은 한국에 오기 참 힘들어요. 우리는 이미 81년에 「춘향전」을 뮤지컬로 꾸며 내한공연도 가졌는데…. 민간교류 폭이 더 넓어져야 하지 않을까요』<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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