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노래·음악 고른 기량의 조화/창녀촌 진부한 소재 아쉬워「라이프」인생은 전쟁터다. 유혹하고 욕하고 결국 삶에 지치는 창녀들, 간사하고 포악한 포주, 목돈을 꿈꾸는 허황된 존재들…. 80년대 초 뉴욕 42번가 뒷골목을 배경으로 한 뮤지컬 「라이프」(한진섭 연출·7월12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는 창녀들의 삶을 징그럽도록 생생히 묘사한다. 순진한 관객들은 간혹 노골적인 은어와 몸짓에 몸을 떨 정도니까 청소년 관람용은 아니다. 특별하지 않은 이야기인데도 2시간반 동안 지루하지 않다면 확실히 우리 뮤지컬 수준이 높아졌음을 반증한다. 전형적인 미국노래를 역동적으로 불러낸다.
특히 두 주인공, 강변가요제 대상을 받고 가수로 활동한 박영미(퀸)씨와 대학가요제 출신 뮤지컬배우 전수경(소냐)씨는 「라이프」의 큰 기둥이다. 박씨는 가창력만큼이나 뛰어난 연기를 보여 뮤지컬배우로 훌륭히 변신했다. 전씨는 구부정한 모습부터 시원스런 노래와 음색까지, 늙고 지친 소냐 역을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공연에 힘을 주었다. 최무열씨 지휘의 라이브밴드는 무리없이 음악을 소화하고, 조역과 코러스는 모두 고른 기량을 보인다. 개그우먼 이영자씨도 개의치 않고 살집을 출렁거리며 웃음거리를 만드는 제 역할에 충실하다.
그러나 아쉬운 게 있다. 이렇게 좋은 능력으로 왜 이렇게 구태의연한 작품밖에 하지 못할까. 더러움 속에서 순수를, 밑바닥에서 소중함을 찾고자 할 때 창녀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재. 뒷골목 향락가와 창녀촌은 1930년대 신파·악극부터 현대 뮤지컬에 이르기까지 우려먹은 지 오래다. 「갇힌 이들의 탈출」이라는 주제는 진부함을 벗어나지 못했다.<김희원 기자>김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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