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6 군사혁명의 요란한 총성이 곤히 잠들어 있던 서울 시민들을 흔들어 깨운 것이 얼마나 오래전의 일이기에, 공포에 사로잡혔던 그 새벽이 이제는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희미해지는 것일까.모든 혁명에는 설득력있는 공약이 반드시 선행돼야만 한다. 61년 5월16일 새벽에 일어난 그 군사 쿠데타에도 당당한 혁명공약이 다섯 가지인가 여섯가지 있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상에 남는 공약이 세가지가 있었다.
첫째는 「반공」이고, 둘째는 「구악일소(舊惡一掃) 였고, 셋째는 「군 본연의 임무로의 복귀」였다. 서울의 한 영세한 인쇄소의 주인이 목숨을 걸고 그 혁명공약을 찍어냈다고 들었다.
북에서 남파된 간첩을 모조리 잡아 죽이는 것만이 「반공」의 본래 취지는 아니었다고 믿는다. 오히려 소련의 해체나 동구 공산권의 붕괴를 미리 내다보는 역사이해로 민주적 가치를 선양하겠다는 뜻으로 풀이가 됐어야 마땅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 혁명으로 말미암아 민주주의가 전진했는가 후퇴했는가, 한번 생각해 볼만하다.
「구악일소」가 오히려 신악(新惡)조장의 온상이 되었다는 말은 혁명직후부터 항간에 파다한 소문이었다. 공직자의 부정·부패는 혁명의 성공을 계기로 판을 치기 시작하여 자유당의 비리를 능가하게 되었으니 「4대의혹」등이 그 좋은 본보기라 하겠다.
기업인의 윤리가 얼마나 땅에 떨어졌으면 박정희 대통령 자신이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친히 「회사는 망해도 사장은 부자가 되는 세상」임을 개탄하였겠는가.
전두환씨의 민정당도, 노태우씨의 민자당도, 김영삼씨의 신한국당도 모두 부정부패의 척결을 강조했지만 5·16군사정권이 언급한 「구악」이 37년 동안 계속 새끼를 쳐, 한국사회는 이제 비리와 부조리 때문에 침몰의 위기를 맞았다. 15대 대통령도 개혁과 사정의 깃발을 높이 들었으나 성공은 누구도 장담못한다.
2,000년전 유대땅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가 있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지도자들 자신의 회개가 없이 천국을 기대해선 안된다. 개혁의 비결은 세례요한에게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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