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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과 떠나는 ‘서울 문학기행’/작가회의 내일 시민대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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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인들과 떠나는 ‘서울 문학기행’/작가회의 내일 시민대상으로

입력
1998.06.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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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상섭 동상있는 종묘공원 출발/이태준∼한용운∼김수영∼박완서 등 우리 생활주변 문학산실 둘러봐문학의 향기는 늘 우리 곁에서 피어난다. 평소에 느끼지 못할 따름이다. 한 번 눈을 돌려 가까이 있지만 잊고 있던, 한국문학의 산실이나 문인들의 유적지를 찾아가 보자. 민족문학작가회의가 25일 문학에 관심있는 일반시민들을 대상으로 처음 여는 「서울시 문학기행」은 좋은 기회가 될 것같다(문의 02­313­1486).

시인 신경림, 소설가 박범신 김남일씨, 임형택 성균관대 교수등 문인 20여명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행의 출발점은 종묘공원 앞 염상섭(廉想涉·1897∼1963) 동상. 염상섭의 작품배경은 주로 서울이었다. 식민지하 소시민의 삶을 생생하게 그려낸 그는 한국 현대소설의 개척자로 불린다.

두번째 방문지는 성북동 이태준(李泰俊)의 옛집 「문향루(聞香樓)」. 현대사의 비극을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이태준은 「시는 정지용, 소설은 이태준」이라 불리던 식민지시대의 대표적 작가였다. 그는 월북한 후 공장노동자, 광원으로 전전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향루는 1933년 이태준이 철원의 고향집을 옮겨 지어 집필실로 사용한 곳. 그런데 관(官)이 설치한 팻말에는 「성북구 동네명소 이태현 가(家)」로 돼 있다. 행정착오라고도 하고, 월북작가인 탓이라고도 하지만 전혀 엉뚱한 이름이다.

문향루 맞은편 야트막한 산동네 중턱에는 만해 한용운(韓龍雲·1879∼1944)의 만년의 거처 「심우장(尋牛莊)」이 있다. 「심우」는 「소를 찾는다」는 뜻인데 「소」는 바로 자신의 마음이다. 만해는 총독부건물과 마주보기 싫다고 일부러 동북향 집을 지었다고 전해진다.

네번째 방문지인 시인 김수영(金洙暎·1921∼1968)의 시비는 북한산 국립공원에 있다. 올해는 그의 30주기. 그의 초상이 조각된 시비는 주위에 자라난 풀속에 시 「풀」이 새겨진채 서 있다. 「풀이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김수영시비를 지나 도봉산을 올라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는 절 천축사는 김성동(金聖東·51)씨의 소설 「만다라」의 무대. 김씨는 한때 이 절의 승려였으나 「만다라」가 승려를 모독했다는 이유로 파문당했다. 그는 지금 강원도 백담사에서 장편 「國手(국수)」의 마무리작업 중이다. 기행은 수유동의 최남선(崔南善), 종로구 부암동 현진건(玄鎭健)의 거주지를 지나 서대문 독립공원에서 끝난다. 서대문형무소 자리로 소위 「현저동 101번지」로 불리던 근·현대사의 현장은 이호철(李浩哲)씨의 자전소설 「문」과 박완서(朴婉緖)씨의 「엄마의 말뚝」「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자전3부작의 배경이 된 곳이다.

작가회의 소설분과위원장 박범신씨는 『문학은 우리 생활 가까이에 있다』며 『시민들과 함께 하는 문학기행을 정례화하고 소홀한 문학유적 보존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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