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린다고 「아래아한글」이 유지될 것같아요?』국내 소프트웨어(SW)산업의 자존심 한글과컴퓨터(한컴)의 「아래아한글」개발포기사태에 이은 「한컴살리기운동」이 시작된 지난주 말. SW업체를 중심으로 한 정보산업계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이런 분위기는 한컴이 걸어온 10여년 역사와 결코 무관치 않다. 한컴도 여느 업체와 마찬가지로 사업초기 몇 년간 공짜로 아래아한글을 뿌리는 「고객입맛 길들이기」전략을 사용했다. 이는 아래아한글불법복제에 대한 이용자들의 「범죄인식불감증」을 초래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한컴은 부메랑처럼 날아든 불법복제의 위력앞에 백기를 들고 말았다.
10만원 안팎의 높은 가격도 판매부진과 불법복제의 유혹을 부추긴 요인이다. 각고의 노력으로 판매가격을 좀더 낮추었다면 「아래아한글」의 운명은 달라질 수도 있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컴은 MS에 「개발포기」를 약속하지 않았어도 다음 제품이 나오기 힘들 만큼 이미 오래전부터 「개발공백」상태를 맞고 있었다. 한 해 100억원을 쏟아부어야 할만큼 비대해졌지만 정작 창업초기 넘쳐나던 열정과 아이디어 번뜩이던 엔지니어들은 온데 간 데 없다. 이사장 자신이 외도(정계진출)를 걸었다. 한눈팔지 않고 개발과 경영에 온 몸을 던지는 벤처기업가들은 당연히 국민적 사랑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한컴은 이 땅에 SW벤처정신을 처음 펼친, 그래서 「아래아한글」만은 꼭 살려야한다는 국민적 상징성을 확보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이런 국민열망에 부응할만한 최소한의 생존기법을 터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한컴살리기운동을 통해서도 아래아한글이 유지되기 어려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래아한글사태는 「냉정한 시장논리앞에는 국민의 자존심도 하루아침에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정보전쟁의 현실이 낳은 비극에 다름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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