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내 종로보선 출마압력이 다시 거세지고 있지만 이회창(李會昌) 명예총재의 불출마입장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22일 이 명예총재를 면담한 신경식(辛卿植) 비서실장은 『대선에서 1,000만표를 얻은 사람으로서 해야 할 일은 당장의 원내진입이 아니라 우리정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큰 정치」라는 게 이 명예총재의 확고한 생각』이라고 전했다.그러면서도 이 명예총재측은 이날 서울출신 의원모임에서 일부 「중도파」인사들이 출마론에 동조하는 움직임을 보이자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도권 재·보선 결과가 8월 전당대회에서의 당권장악 시나리오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이 명예총재 진영은 이에따라 출마압력의 진원지인 당권파에 대한 역공을 강화하는 것으로 국면반전을 시도했다. 요컨대 『당권파의 노림수가 여권의 파상적 견제와 음해가 예상되는 선거판에 이 명예총재를 밀어넣어 치명적 상처를 입히려는 데 있다』는 것이다. 이와함께 『당권파가 이미 일단락된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선거패배시 그 책임을 명예총재에게 뒤집어 씌워 이를 총재경선의 견제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한 책략』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결국 출마논란을 당권파 대 비당권파의 공방구도로 몰아가 계파차원의 방어벽을 구축하면서 중도파의 「이반」을 막겠다는 게 이 명예총재측의 의도인 듯 하다. 이 연장선상에서 이 명예총재측과 비당권파는 상황에 따라 의원총회 등을 소집, 공개적인 「논리대결」도 불사하겠다는 자세다.
이 명예총재의 출마여부를 둘러싼 갈등이 점차 내홍(內訌)의 단계까지 치달을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유성식 기자>유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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