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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 부조리와 군의 사기(社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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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무 부조리와 군의 사기(社說)

입력
1998.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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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병역의무 면제가 법에 규정된 특별한 경우에만 인정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현역병 부대배치나 보직부여는 병력수요에 따른 보충계획에 따라 엄격한 기준에 의해 전산처리된다고 믿어 왔다. 훈련소 수료장병들이 직접 컴퓨터 키를 눌러 자신이 근무할 부대를 배치받는 모습을 보여주는 TV 프로 등이 이런 인식을 굳혀주었다.그러나 22일 국방부가 발표한 병무부조리 사건 수사결과는 이런 인식이 얼마나 어리석은지를 보여주었다. 구속된 준위 한 사람과 수배된 원사 한 사람이 일으킨 병무부조리는 군 안팎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부조리의 종합판이었다. 준위 한사람이 총 5억4,000여만원을 받고 군 안팎의 실무자들과 결탁해 병역면제 16건, 카투사 선발 49건, 수도권 보직 36건, 특기병 선발 및 입대일 조정 28건 등 138건의 비리를 저질러왔다니 어이가 없다.

청탁경로를 보면 부모들은 브로커나 병무청 직원들을 통해 원준위와 선이 닿았고, 원준위는 병무청 부관감실 제2훈련소 일선부대 관계자들에게 부탁해 병역면제, 부대배치, 보직조정 등을 해결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여러 장성들이 원준위의 비리와 관련된 사실이다. 군 인사업무를 총괄하는 전·현직 부관감(준장)이 원준위에게서 뇌물을 받고 비리를 눈감아 주었고, 4성장군인 3군사령관은 자신의 아들이 편하게 군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부하장교를 통해 원준위에게 청탁해 특수부대 어학병 보직을 받게 해 주었다. 이번에 공개된 명단에는 친지의 부탁을 받고 배치된 부대를 알아봐 주거나, 시험일자를 알려주는 등 경미한 청탁을 들어준 장성 등 억울한 사람도 있다. 그러나 단순한 부탁이 곧 압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 계급사회의 특성이므로 투명한 병무행정을 위해 명단을 공개한 것은 평가할 만 하다.

한가지 미흡한 것은 이번 수사결과에 영관급 관련장교들의 이름이 공개되지 않은 점이다. 국방부는 수사시한이 촉박해 우선 장성급만 공개했다고 말하고 있다. 대령 48명 등 70명의 영관급 관련장교 가운데는 인사청탁을 들어주고 원준위에게서 돈을 받은 사람도 여러 명 있다. 돈을 받고 후방부대에 배치되게 해주거나 편한 보직을 받게 해주는 것은 군 전력을 저하시키는 행위로 규탄받아 마땅하다. 군의 장비와 무기의 평준화로 정신전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높아지고 있다. 사회 지도층과 군 고위층 아들들이 돈이나 직위를 이용해 병역의무를 피하고 편한 보직을 받는 사실이 일반 사병들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하다. 국방 당국은 군의 사기가 곧 정신전력의 근간임을 인식해 이런 부조리와 비리가 발붙일 수 없게 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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