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 관리체제 이후 온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맨채 실직의 고통까지 감수하고 있는데 정부와 지자체, 공기업의 과다한 씀씀이는 줄지않고 있다. 최근 감사원이 발표한 「공기업 경영구조 개선실태 감사 결과」와 예산기획위원회가 내놓은 「지자체의 재정행정 비효율 사례집」을 보면 그 방만한 운영에 분노를 느끼게 된다.경제활동 위축으로 지자체의 지방세 수입이 30% 이상 줄어 하반기에는 부도사태가 우려되는 곳이 많다. 행정자치부에 따르면 전국 248개 지자체 가운데 58%인 146개가 이런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지자체들의 살림살이를 보면 위기상황을 인식하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지방인구는 줄어드는데 공무원수는 몇배로 늘어났고, 예산낭비도 여전하다. 전북 어느 군의 경우는 인구가 3분의 1로 줄었는데 공무원수는 4배로 늘었다. 또 소방 관련 예산은 광역단체가 마련토록 돼 있어 기초단체들이 소방관서 늘리기 경쟁을 벌이는 바람에 전북 전체 공무원의 40%를 소방공무원이 차지하는 웃지못할 사태도 있다.
시장실이나 구청장실은 지나치게 크거나 호화롭고, 공식적인 판공비 액수도 엄청나다. 군수만 되어도 업무추진비 정원가산금 등을 합쳐 연간 2억원 정도를 공식적으로 쓰고 있다. 관사도 호화판이다. 강원도 어느 시장은 지난 연말 건축비만 1억5,000만원을 들여 수입목재로 관사를 짓다가 말썽을 일으켰고, 부시장 관사로 2억5,000만원짜리 50평 아파트를 구입한 도시도 있다.
각 지방에서는 정년퇴직을 앞둔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무노동 유임금」 성격의 공로연수를 실시해 왔는데, 올해 예산 절감을 이유로 대상자를 크게 줄이려다 반발이 심해 대상자가 오히려 늘어났다. 단체장 자신이 떳떳하지 못하니 반발을 무릅쓰고 긴축재정을 시행할 수가 없는 것이다.
중앙부처나 공기업들도 마찬가지다. 19일 발표된 감사원 특감결과를 보면 주요 101개 공기업의 97년 적자는 환차손을 포함해 2조5,000억원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38개 공기업이 정부의 임금인상기준보다 초과인상한 인건비가 5년간 5조원에 달한다. 한 사람의 연간 휴가일수가 145일, 연월차 수당이 1,628만원이나 되는 곳도 있다. 무차별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불필요한 조직을 마구 늘리고, 민간기업의 몇배나 되는 경비를 지출하고, 얼렁뚱땅 회계처리를 해온 것등이 드러났다.
공공부문 구조개혁이 앞서지 않고는 고통분담을 호소할 수 없다. 국민이 주인인 공기업들이 「주인없는 기업」이 되어 흥청망청 예산을 나눠먹는 부조리가 IMF시대에도 계속된다면 결코 국민이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공공부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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