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일 같지 않습니다. 부실로 퇴출이다, 어디와 합병한다는 소리가 자고 나면 들려오는데 일인들 손에 잡히겠습니까』지난 주부터 부실기업 퇴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퇴출 소용돌이에 휘말린 기업체 직원의 입에서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야기는 퇴출기업 55개(비금융업)의 이름을 가려내기 위해 보름 넘게 거래기업의 재무상태와 사업성을 분석했던 한 대형은행 심사역 입에서 나왔다.
은행 사이의 합병 소문이 지난 달부터 봇물터진 듯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은행원들은 일손을 놓고 있다. 소문에 민감한 금융시장의 특성에 따라 예금이 뭉텅이로 빠지고 들어오는 일들이 날마다 벌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구조조정이 시장시스템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계 사람들은 합병 소문이 얼마나 경제적인 득실을 따져 나온 것인지, 당사자들의 바람을 읽고 있는 것인지 한결같이 의심하고 있다.
문제는 합병을 둘러싼 소문이 당사자들의 「구애(求愛)」나 「열정」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진다는 데 있다. 은행합병을 은행끼리의 자유연애가 아니라 강제중매에 의해 성사시키려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주부터는 은행 구조조정의 결과들이 하나 둘 눈 앞에 드러난다. 정부와 국민은 물론 외국인 투자자들도 대형은행끼리 묶이는 「빅뱅」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그러나 당국의 「희망사항」과는 달리 과실(은행합병)이 당장 나올 것 같지는 않다. 대기업 「빅딜」이 그렇듯이, 대형은행 합병도 국가경제적인 이득이 어느정도 인지, 또는 당사자들의 호응도는 어떤지 더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기관끼리의 화학적 결합이 아니고서는 어떤 인수합병도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