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4년 7월 토니 블레어가 약관 41세로 영국 노동당 당수가 되자 신문들은 『영국지도층이 「비틀스에서 믹 재거시대」로 세대교체되는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썼다. 74년 명문 옥스퍼드대 법대 재학시절 「어글리 루머스」라는 록밴드를 만들어 싱어로 활약했던 토니 블레어의 전력(前歷)을 들어 그렇게 비유한 것이다. 어깨를 덮은 장발에 빨간색 판탈롱 바지를 입은 당시 그의 모습은 유명그룹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와 너무 닮았다.■그로부터 20년후 그는 영국 노동당의 새 당수가 됐고 「영국의 존 F 케네디」, 「21세기형 지도자」, 「영국의 빌 클린턴」등 갖가지 별명을 얻었다. 보수당의 15년 장기집권에 염증을 느낀 영국유권자들은 젊은 토니 블레어를 대체세력의 기수로 보았던 것이다. 준수한 외모에 나긋나긋한 말솜씨, 무엇보다도 노동당을 개혁한 그의 수완은 지쳐있는 「대처리즘」의 확실한 대안이 되는데 부족함이 없었다. 97년 총선에서 그는 드디어 43세로 20세기 최연소 영국총리가 됐다.
■최근 정계에서 갑자기 「토니 블레어論」이 화두가 되고 있다. 주로 거대야당 한나라당에서 집중거론되고 있다. 두말할 필요 없이 토니 블레어같이 젊고 패기있는 차세대지도자를 발굴해서 다음 집권을 대비하자는 생각이다. 당내 반발도 만만찮다. 당권파는 당권파대로 시기상조론을 들먹이며 기득권을 놓지 않으려 하고, 지난 대선서 패배한 후보측은 대선에서 얻은 「1,000만표」를 내세우며 자신이 배제되는 구도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야당이 대체세력으로서 비전을 갖지 못할때 세대교체론은 필연적이다. 70년대초 양김씨가 40대기수론을 들고 나왔을 때도 소위 당내 기득권층은 구상유취(口尙乳臭)라고 반발하지 않았던가. 그래도 역사는 이를 기점으로 이들 젊은세대 주도로 오늘에 이른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한나라당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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