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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과 벤처의 싹/송영주 주간한국부 기자(여기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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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컴과 벤처의 싹/송영주 주간한국부 기자(여기자 칼럼)

입력
1998.06.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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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과 컴퓨터사가 「아래아한글」 워드프로세서 사업 포기를 조건으로 마이크로소프트(MS) 투자를 유치했다는 소식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IMF의 긴 터널을 헤쳐나가며, 우리는 익숙하게 누려왔던 많은 것들을 어쩔 수 없이 포기하고 있지만 아래아한글의 침몰은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 힘마저 앗아간다.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의 포기는 대표적 벤처기업 한글과 컴퓨터사의 몰락 이상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국내에 컴퓨터가 보급되기 시작한 80년대말, 컴퓨터 입문의 기초는 소프트웨어 아래아한글이었다. 「아래아한」같은 우리 고어마저 완벽하게 처리해내는 기술에 우리는 감탄을 금치 못했다. 아래아한글은 낯설은 컴퓨터 세계로 우리를 끌어들이는 가교였다. 아래아한글에 대해 우리는 누구나 나름대로 소중한 추억을 갖고 있으며, 자긍심을 지니고 있다. 세계워드시장에서 유일하게 미국 MS워드의 공세를 제친 한글로 말이다. 아래아한글의 워드시장 점유율은 무려 80%였다. 하지만 이 압도적인 수치에도 불구하고, 이찬진 사장은 경영위기를 맞고 MS에 손을 들었다. 아래아한글이 퇴장하면 한컴의 한글 기술지원을 받는 한국 MS사가 국내 워드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할 것은 뻔하다.

미국내에선 자국기업 MS사의 독점을 막기 위해, 법무부와 넷스케이프등 컴퓨터 회사들이 법적소송을 벌이며 「죽기 아니면 살기」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우리는 소중히 지켜왔던 국내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MS사에 1,000만∼2,000만달러를 받고 고스란히 넘겨주려 하는 것이다. 미국내에서 소프트웨어 시장은 MS가 평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오피스용 소프트웨어만 그럴 뿐 워드 프로세서에선 MS사가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먼저 나온 노벨사의 워드 퍼펙트(Word Perfect)가 굳건한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빌 게이츠가 우리 워드프로세서 시장을 완전 지배하게 된다면, 신기술 꿈을 키우는 많은 젊은 벤처기업가들은 또 어떻게 될 것인가. MS왕국 빌 게이츠의 사업수완은 너무 공격적이고 강력해 나머지 모두를 질식시켜 버릴까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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