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시름 잊게한 매혹의 무대/부천시향 연주회진지한 레퍼토리.잘 다듬어진 앙상블/박미혜 독창회섬세한 표현·우아한 매너.“정성껏 차린 성찬”좋은 음악은 위안이 되고 용기를 북돋워준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소프라노 박미혜 독창회(17일)와 부천시향 연주회(18일)는 IMF시대의 시름을 잠시나마 잊게 했다.
부천시향은 창단 10주년 기념공연으로 「끊임없는 노력과 구원」이라는 주제 아래 바그너의 「파우스트 서곡」과 리스트의 「파우스트 교향곡」을 연주했다. 둘 다 한국 초연이고 까다로운 곡이다. 항상 참신한 레퍼토리로 의욕적인 무대를 꾸며온 단체다운 선택이다.
끊임없이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며 영원한 구원을 향해 나아가는 파우스트의 메시지는 부천시향이 그동안 걸어온 진지하고 학구적인 자세를 웅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지휘자 임헌정은 부천시향 특유의 잘 다듬어진 앙상블을 깔끔하고 이지적인 해석으로 이끌어 청중의 신뢰에 보답했다. 특히 오르간과 함께 시작되는 리스트의 「파우스트」 3악장에서 금관의 힘찬 포효와 장엄한 남성합창(부천시립합창단), 테너 독창(김영환)이 어우러지는 피날레는 압권이었다.
이날 공연은 리스트 연주에 앞서 파우스트와 음악, 리스트의 「파우스트」에 대한 짧은 해설(강사 음악학자 김미순) 순서를 넣어 청중의 이해를 도왔다. 청중에 대한 이러한 배려와 수준높은 연주의 결합은 자칫 하향평준화로 흐르기 쉬운 클래식 대중화의 바람직한 방향으로 꼽을 만 하다.
이렇게 좋은 작품이 이제야 초연된 것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청중의 수준을 탓하기에 앞서 레퍼토리 개발에 소홀했던 오케스트라나 기획자가 타성에 젖은 것은 아닌지 스스로 돌이켜봐야 할 것이다. 박미혜씨가 3년만에 마련한 독창회 프로그램은 정성껏 차린 성찬 같았다. 헨델의 「줄리어스 시저」 중「나는 운명 속에 울리라」, 벨리니의 「노르마」 중 「정결한 여신」을 비롯해 푸치니, 드보르자크의 오페라 아리아, 모차르트의 성가곡 「라우다테 도미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가곡 등으로 골고루 짰다. 그는 깨끗하고 기품있는 목소리에 섬세한 표현, 우아한 무대매너로 청중을 매혹시켰다. 코리안심포니를 지휘한 김덕기씨는 곡의 느낌을 십분 살려 노래를 받쳐줬다. 이런 지휘자와 함께라면 성악가는 마음 든든할 것이다. 「라우다테 도미눔」과 「노르마」를 협연한 서울모테트합창단도 국내 최고의 종교음악 연주단체답게 정갈한 앙상블을 들려줬다.
이날 공연은 조명과 무대장치를 활용해 여느 클래식음악회와 달리 「보는 무대」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러한 음악외적 요소는 되도록 줄이는 게 좋다고 생각된다.<오미환 기자>오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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