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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판정받은 한일합섬 마산공장 표정/“이대로 주저앉을순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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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판정받은 한일합섬 마산공장 표정/“이대로 주저앉을순 없어요”

입력
1998.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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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구조조정 해왔는데…”/직원들 허탈·비장함 교차한국 섬유산업의 원조 한일합섬이 존폐의 기로에 섰다.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퇴출판정을 받은 한일그룹의 모기업인 한일합섬 마산본사(경남 마산시 회원구 양덕동 222) 직원들은 19일 섬유산업 원조의 자존심을 버릴 수 없다는 비장한 각오를 보였다.

「한국 섬유산업의 메카」 한일합섬 마산공장에는 이날 「한일가족」의 착잡한 마음을 어루만지듯 가랑비가 12만여평의 공장을 촉촉히 적시고 있었다. 74년 숙식과 학비를 전액 무료로 지원하는 산업체근로학교를 국내최초로 설립, 5만여명의 졸업생들이 거쳐간 옛 한일여실고(현 한일전산여고)의 「팔도잔디」운동장도 초록빛이 더 짙어보였다. 팔도잔디 운동장은 개교당시 전국에서 모인 4,000여명의 학생들이 고향에서 가져온 잔디를 옮겨심은 것으로 근로자학생들의 「꿈과 희망」의 상징이었다.

박영근(朴英根·51) 공장장은 이날 전체 직원회의를 소집, 『우리직장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는 굳은 신념으로 동요하지 말고 평소처럼 업무에 임해 달라』면서 650여 직원들의 손을 일일이 잡고 격려했다. 유재룡(柳在龍·36) 노조위원장도 『섬유산업 사양화에 따라 7년전부터 뼈를 깎는 아픔을 감수하며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해왔다』며 『그런데도 퇴출기업으로 판정받고 보니 허탈하다』고 아쉬워했다.

회사를 떠난 부산·경남지역 사우(社友)들도 이날 이른 아침부터 약속이라도 한듯 회사에 찾아와 하루동안 200여명이 다녀갔으며 퇴직한 임원 20여명은 오후 늦게까지 회사에 남아 회사살리기에 힘을 보탤 것을 결의했다.

마산상의와 마산시의회 등도 향토 간판기업인 「한일지키기」에 동참키로 했으며 마산시민들의 격려전화도 하루종일 잇따랐다.

마산공장 강길영(姜吉寧·42) 총무팀장은 『직원 평균근속연수가 15∼16년으로 20년이상 근속직원이 상당수를 차지, 회사의 든든한 기둥이 되고 있다』며 『한일가족이 힘을 합치면 회사가 반드시 재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일합섬은 64년 6월 자본금 1,500만원으로 설립된 이후 섬유호황을 타고 70년대에는 마산공장의 종업원수가 2만2,000여명으로 마산시 전체인구의 10%를 차지했다. 73년에는 단일업종으로는 국내최초로 1억달러수출의 금자탑을 세우며 수출신기록경신 행진을 주도했다. 한일합섬은 올들어 4월말까지 100억원의 흑자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마산=이동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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