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금 보장도 불확실55개기업의 무더기 퇴출이 가져올 가장 큰 충격파는 대량실업문제이다. 당장 퇴출대상기업에 근무하는 근로자 2만9,000여명이 실직위기에 처했다. 이들과 거래하는 중소협력업체의 연쇄파산까지 감안할 경우 많게는 4만명이상이 거리에 나앉을 형편이다.
정부는 18일 『제3자 매각이나 흡수합병을 통해 일부 근로자는 고용승계될 것』이라고 밝혔으나 현실은 매우 어둡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5대그룹조차 『현 상황에서 퇴출기업 근로자의 고용보장은 어렵다』고 발을 빼고있어 정부의 말은 그야말로 「희망」에 가깝다.
노동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이라는 것도 『퇴출기업 근로자의 실직을 최소화하는데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되 실직이 불가피한 경우는 실업급여지급과 함께 재취업훈련, 취업알선 등으로 새출발을 돕는다』는 원론적인 수준이다.
그러나 정확한 정부의 입장은 기업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한만큼 이에 따른 후유증은 감내해야 한다는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퇴출기업근로자들에 대해서도 별도대책 없이 기존 실업대책의 범주안에서 다루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노동부 관계자는 『일주일전쯤 실·국장회의에서 퇴출기업발표이후 실업대책 등을 마련해야 한다는 논의는 있었지만 획기적인 대책은 없는 상황』이라며 『흡수합병이나 제3자 매각을 통해 고용승계가 이뤄지도록 유도하겠지만 강제력이 없어 얼마나 소득이 있을 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퇴직금 문제도 큰 과제이다. 해당기업의 자산상황에 따라 퇴직금 지급액수도 천차만별이다. 상당수 근로자는 자칫 실직에다 퇴직금까지 떼이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손경호(孫京鎬) 근로기준국장은 『임금채권확보에 최우선을 두겠다』면서도 『자본잠식기업등 임금채권이 확보안된 기업 근로자의 경우 퇴직금을 제대로 받기 어려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퇴출형태 따라 고용승계 판가름
기업의 퇴출은 크게 합병, 주식매매, 영업의 양도·양수, 자산매매, 사업교환, 도산 등 6가지 형태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어느 유형이냐에 따라 해당기업 근로자가 일자리를 보전할 수 있는지 여부가 크게 달라진다.
■기업합병
이 경우에는 사용자와 근로자간의 고용관계가 당연히 승계된다. 다른 법인을 흡수한 법인이나 합병을 통해 신설된 법인은 소멸된 회사의 권리,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해야 하므로 소멸회사의 근로관계도 당연히 승계된다. 이 경우 고용승계를 배제하는 별도의 협약을 체결했다해도 법적으로 인정받을 수 없다.
다만 합병으로 과잉인력이 발생했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사용자가 근로기준법 제31조의 경영상 해고요건(해고회피 노력, 노조와의 사전협의, 공정한 기준 및 대상자 선정)을 거쳐 정리해고를 할 수는 있다.
■주식매매
주식매매를 통해 대주주가 바뀔 경우도 상호와 경영진의 변경에도 불구, 근로자의 고용관계에는 변화가 없다. 그러나 이날 발표된 퇴출대상기업들은 모두 부실판정을 받은 셈이므로 주식매매가 이뤄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사업(영업)의 양도·양수
이 경우도 고용관계가 당연히 승계된다는 것이 현행 상법에 따른 대법원의 판례이다. 다만 양도·양수 당사자간에 근로관계의 전부, 또는 일부의 승계를 배제하는 약정을 맺을 수는 있으나 이 경우에도 정당한 해고요건을 갖춰야 한다.
■자산매매
사업상 필요한 시설, 장비 등 물적자산을 떼어서 사고파는 경우로 근로관계승계의무는 없다. 따라서 매매된 물적자산과 관련된 근로자는 매입자가 신규채용 등의 형태로 임의승계하거나, 매각한 사용자가 배치전화 등을 통해 계속 고용하지 않는한 실직을 면하기 어렵다.
그러나 자산매각은 영업의 양도·양수와의 명확한 구분이 어려워 노사분쟁과 법률적 다툼이 자주 발생한다.
■사업교환
법적으로 주식매매, 합병, 영업양도·양수, 자산매매 등 어떤 방식으로 이뤄지느냐에 따라 달리 적용된다.
■기업도산
기업도산이나 사업폐지의 경우에는 노동관계법의 해고제한 조항이 적용될 여지가 없어 근로자의 실직이 불가피하다.<이동국 기자>이동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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