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브라이트 “지난 20년간 쌓인 오해불식 모색할때”미국은 17일 팔레비 정권의 붕괴와 더불어 단절됐던 이란과의 관계정상화를 정식으로 제의했다. 79년 테헤란의 미국대사관 점령사건을 고비로 지난 20년간 사실상의 적대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과 이란의 회교정권간에 화해의 시간이 임박해오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8월 온건파인 모하마드 하타미가 대통령에 당선된 이래 서서히 조성되기 시작한 양국간의 해빙무드는 이제 관계정상화를 논의하는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은 이날 뉴욕 아스토리아 호텔에서 있은 「아시아 소사이어티」주최 모임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은 상호간의 오해를 불식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준비가 돼있다』며 이란측에 화답을 요구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양국 사이에 쌓인 깊은 불신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수는 없지만 이제 이를 해소할수 있는 지 여부를 시험해볼 시점이 됐다』고 밝혔다.
미국은 하타미 대통령의 취임이래 문화·학술 교류를 지원하고 이란인의 미국방문을 허용하는 등 이란에 대해 전향적인 조치를 취하기는 했지만 관계정상화를 위한 제의는 국교단절 이후 처음있는 일이다. 사실 미국은 하타미 대통령의 당선을 긍정적으로 해석, 즉각적으로 공식대화를 제의한 바 있다. 그러나 하타미 대통령과 회교지도자들은 문화 및 스포츠 등 분야만의 교류를 허용했을 뿐 정부간의 대화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미국은 지난 10개월동안 이란이 테러리즘을 부인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평화정착 노력,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관계개선 노력 등 몇가지 변화로부터 관계정상화의 가능성을 읽었다.
하지만 양국간의 완전한 관계정상화가 이루어지기에는 아직 큰 장애가 놓여있다. 올브라이트 장관이 이날 연설에서도 지적했듯이 미국은 이란이 아직도 국제테러를 지원하고 있고 또 장거리미사일을 포함한 대량살상무기의 개발을 서두르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란이 비록 미국과의 관계개선을 통해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고대하고 있지만 이 문제들은 국내정치적으로 쉽사리 양보하기 어려운 사안들이다. 때문에 양국은 앞으로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별도의 회담을 진행하면서 미국의 경제제재 완화 등을 통해 단계적인 개선의 길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워싱턴=신재민 특파원>워싱턴=신재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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