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접수 이틀만에 방한/“실업자 취업프로그램 지원” MS의 SW세계로 유인/초중고에 SW 무료공급도미 마이크로소프트사 빌 게이츠회장이 한반도를 향해 포문을 열었다. 엄청난 자금력을 앞세워 우리나라 전체를 송두리째 집어삼킬 태세다. 빌 게이츠회장은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의 자존심으로 불리던 「한글과컴퓨터」의 마지막 숨통을 죈 지 이틀만인 17일 방한, 우리나라 워드프로세서(문서편집기) 시장을 함락시키기 위한 보따리들을 또다시 풀어놓았다.
그는 18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한국에서 MS의 실업자 구제프로그램을 실시, 실직자의 재취업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재취업프로그램은 사실상 MS사의 소프트웨어 세계로 사람들을 불러들여 재취업시킨 후 MS의 영원한 고객으로 만들려는 고도의 마케팅기법. 극심한 실업난에 허덕이고 있는 국내에 「재취업 지원」이란 달콤한 유혹의 카드를 내밀고 있는 것이다. 자금력을 앞세운 절대강자, MS사만이 할 수있는 판매기법이다. 이러한 기법은 5월에도 있었다.
MS는 5월께 국내 초·중·고에 소프트웨어 100만카피(1,000억원상당)를 무료 공급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1,000억원어치 무상공급은 이들이 소프트웨어시장의 구매인구로 등장할 수년∼십년후를 겨냥한 것으로, 초·중·고생들을 MS의 고객으로 끌어들이려는 장기적 차원의 투자개념이다.
소프트웨어의 특성상 한번 익은 소프트웨어를 계속해 사용하는 점을 노린 투자기법인 셈. 또 제품을 공짜로 제공함으로써 국산 소프트웨어를 하나 둘 몰아내겠다는 계산이 깔려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이 『국내 소프트웨어시장을 고사시키기 위한 고도의 술책』이라며 아우성을 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빌게이츠회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컴으로부터 「▤글」개발포기 약속을 받아낸 것과 관련, 『MS는 지속적으로 한국 정보산업계에 협력할 것이며 앞으로 한컴과 같은 협력사를 많이 늘려나가겠다』고 공언했다.
이날 발언은 한국 소프트웨어시장의 천하통일을 이루겠다는 의지에 다름아니다. 일거에 초토화시키는 「강공」대신 물에 물감번지듯하는 「희석」작전이지만 자금력을 앞세운 MS의 집중포격은 국내 소프트웨어산업에 엄청난 충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1박 2일간의 짧은 일정을 마치고 18일 출국한 빌게이츠회장이 다음 방문에는 어떤 압박작전을 갖고 올 지 국내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벌써부터 긴장하는 모습이다.<김광일 기자>김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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