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다 살아난 종목 속출/퇴출루머 현대강관·삼성항공·경남기업 등/하한가행진끝 명단발표되자 상한가 돌아서퇴출대상 부실기업명단이 발표되면서 주식시장에는 죽었던 시체가 벌떡 일어서는 듯한 종목이 속출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연일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투자자들의 버림을 받았던 종목들이 장이 열리자마자 상한가를 기록한 것이다. 현대그룹 소속 현대강관 대한알루미늄, 삼성그룹의 삼성항공, SK그룹의 SK케미컬, 대우그룹 경남기업, 엔케이그룹 계열사들이 대표적인 경우. 이들은 대부분 지난달 11일 은행권이 퇴출대상 부실기업 선정기준을 발표한 이래 증시에 유령처럼 떠돌던 루머의 대상이 됐던 기업들이다.
현대강관은 전날까지만 해도 3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주가가 1,115원까지 폭락했었다. 그러나 18일 오전부터 퇴출기업에서 제외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개장과 동시에 상한가를 기록, 1,245원으로 주가가 뛰었다. 15, 16일 이틀 연속 상한가, 17일 다시 하한가를 기록하는 우여곡적을 겪은 대한알루미늄도 다시 상한가로 올라섰다. 삼성항공 역시 3일간 바닥을 기었지만 이날 보란듯이 일어섰다. 증시 관계자들은 『한때 삼성항공에서 시계를 생산했던 적이 있었기 때문에 퇴출대상기업인 삼성시계와 혼동이 돼 주가가 폭락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엔케이텔레콤은 주가가 최근 5일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면서 지난달 11일 7,550원에서 한달새 2,190원으로 급락했다. 하지만 18일 발표직후 역시 상한가로 돌아섰다. 정균화(鄭均和) 엔케이그룹 부회장은 『일부 자회사가 올해부터 흑자로 전환했음에도 「3년연속적자」라는 단순기준 때문에 퇴출기업이라는 오해를 샀던 것 같다』며 『이제 정상적인 경영으로 수출에 주력할 수 있게 돼 다행』이라고 말했다.
반면 퇴출 대상으로 발표된 기업들은 18일 일제히 하한가를 기록한 끝에 하오장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퇴출대상 기업가운데 상장사는 9개사. 이가운데 해태그룹 계열 3개사를 포함, 5개사는 이미 부도가 나 관리종목으로 편입된 상태이고 나머지 5개사도 한일합섬을 제외하면 모두 자본잠식 상태로 2부종목에 소속돼 있는 상태다. 이들 기업은 지난달 11일 이래 평균 주가 하락율이 56.9%에 달했다. 가장 하락폭이 큰 종목은 대한중석으로 지난달 11일 3,205원이던 주가가 18일 380원으로 내려앉았다.<김준형 기자>김준형>
◎금융계 반응/은행권 “퇴출 시작에 불과”/종금 등 채권확보 잰걸음… 회수는 자제
퇴출기업 명단이 발표되자 은행권은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은행관계자는 『부실여부를 가려야 할 기업들이 쌓여 있다』며 『주요 그룹의 계열사간 내부거래까지 감안해 퇴출여부를 판정하는 것이 앞으로 더 큰 일』이라고 말했다.
은행마다 부실기업 명단에 주거래 회사를 올리기를 꺼려하며 작업과정에서 밀고 당기기를 거듭했지만 판정 결과, 대형은행 가운데는 한일은행 주거래 기업이 14개사로 가장 많았고 제일은행 13개, 조흥은행 8개 순으로 나타났다.
특히 한일은행은 한일그룹 주력사인 한일합섬을 비롯하여 삼성 한화 효성 고합 등의 계열사가 줄줄이 포함돼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실제 은행권의 부실채권 부담은 그렇게 크지 않다는 분석도 만만치않다. 이헌재(李憲宰) 금융감독위원장은 『대부분 은행들이 이번 퇴출기업에 대한 채권을 부실로 분류해 놓은 상태이어서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 하락 등의 여파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종합금융사등 제2·3금융권은 그러나 당초 예상과는 달리 여신회수등은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종합금융사 등 담보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한 제2·3금융기관들은 긴급 회의를 여는 등 채권확보를 위한 발빠른 움직임을 보였다.
종금사들은 이날 오후 긴급 사장단회의를 열고 부실채권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적극 찾되 즉각적인 여신회수 등은 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종금사 관계자는 『퇴출이 확정된 기업은 사실상 당장 채권확보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며 『대상기업을 바로 부도처리하는 것보다 은행과 협의를 통해 채권확보 방안을 찾는 것이 유리하다는 판단이다』고 말했다.<김범수 기자>김범수>
◎업계 파장/중소 하청업체 등 1만개기업에 피해
기업퇴출에 따른 충격은 대상업체와 하청업체 금융시장등으로 일파만파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이번에 퇴출대상으로 판정을 받아 직접적인 피해가 불가피한 업체가 55개이지만 이들과 거래하는 2,3차 중소하청업체 1,000개내외. 따라서 퇴출기업 55개의 직간접적인 피해는 많게는 1만개 이상의 업체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기업의 진성어음 결제등 후속대책을 마련중이다. 그러나 금융시스템이 정부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고있는 현실에 비춰보면 불황과 함께 최악의 상황을 맞고있는 수만 중소기업들이 부도의 벼랑으로 몰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기업퇴출은 대량실업사태를 몰고오는 것은 물론 노사관계에도 막바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기업과 중소하청업체 거래기업들이 연쇄도산으로 무너지면서 임직원들의 대량실업은 불가피하다.<이재열 기자>이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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