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이 경제기관차役 맡아야”/“구조조정 일정시점까지 정부주도 필요”/“기술·벤처기업을 경제핵심축으로 육성”/“퇴출 발표후 혼란막을 마스터플랜 있다”중견기업연합회, 한국일보사, 한국질서경제학회가 「오늘의 경제위기 올바르게 대처하고 있는가」라는 주제로 공동주최한 경제정책 대토론회가 17일 오후 2시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200여명의 정부·기업·학계인사등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백영훈(白永勳) 한국산업개발연구원장 사회로 진행된 이날 대토론회는 남덕우(南悳祐) 전국무총리가 「국제통화기금(IMF)체제와 구조조정」에 대해 기조연설을 하고 이종훈 중앙대 총장이 「IMF시대 위기극복과 중견기업의 역할」이란 제목으로, 윤원배(尹源培)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금융·기업 구조조정방향과 향후 우리경제의 모습」이란 제목으로 각각 주제발표했다.
이어 심갑보(沈甲輔) 삼익공업사장, 김서웅(金曙雄)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 이윤재(李允宰)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 김용(金湧) 공정거래위 사무처장, 조희영(趙熙榮) 동국대 교수(질서경제학회 부회장)등이 토론자로 나서 일반 참석자들과 함께 토론을 펼쳤다.
경제위기 극복과 중견기업 육성방안을 도출하기 위해 열린 이날 토론회를 지상중계한다.
◎남덕우 前 국무총리 기조연설/IMF 체제와 구조조정
구조조정 과정은 두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필요한 시스템(제도와 절차)을 만드는 단계이고 둘째는 시스템이 작동하는 단계다. 부실채권이나 부실기업의 처리를 확실하게 보장하는 시스템을 조속히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치적으로 어렵다고 해서 고식적이고 현실을 호도하는 정책을 택해서는 안된다. 끊고 맺는 결단이 가장 중요한 시기이다. 정부는 금융기관과 기업의 구조조정에 어느 시점까지는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정부내에 구조조정 업무의 중심체가 있어야 한다.
문제는 누가 부실채권과 은행주식을 사줄 것인가 하는 점이다.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정부 밖에는 없다. 미국 멕시코 일본 등 외국에서도 금융파탄이 발생하면 어쩔 수 없이 정부자금을 민간금융에 투입하는 것이 상례였다.
BIS(은행자기자본비율)를 신축적으로 적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금융개혁 경험을 참고해야 한다. 미국의 경우 BIS가 90년의 6.4%에서 95년의 8.0%에 이르는데 5년이 걸렸다.
부실기업을 정리하기 위해 먼저 금융계, 정부, 세계은행 또는 외국 금융기관이 출자하는 가칭 「기업갱생공사」라는 지주회사를 설립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은행은 회생가능하다고 판단된 기업에 대해서는 기업주가 기업을 자체 처분하던가 아니면 갱생공사에 매도토록 종용한다. 구제불능 기업은 대출을 중단하고 청산절차에 들어가도록 한다.
갱생공사는 매입한 부실기업에 경영자를 선임해 구조개선을 추진하도록 한다. 채권금융기관은 인수기업에 대한 채권의 일부를 출자로 전환한다. 이렇게 해서 경영이 정상화되면 금융기관은 증권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해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
◎이종훈 중앙대 총장 주제발표/IMF시대 위기극복과 중견기업의 역할
전세계적으로 경제국경이 사라지면서 종래의 국민총생산(GNP)체제에서 국내총생산(GDP)체제로 경제체질이 바뀌고 있다. 외국인 투자를 유치해 GDP를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견기업을 살려 국민경제의 기틀을 확립해야 한다.
IMF체제의 원인을 제공한 부실 금융기관이나 재벌은 구조조정의 1차 대상이 되고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갖춘 중견기업들을 육성해 이들에게 한국경제의 새로운 기관차 역할을 맡겨야 한다. 정부는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성장한 기술기업, 미래형 사업을 꿈꾸는 벤처기업등을 우리 경제의 핵심축으로 키워야 한다.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해 최근 중견기업연합회가 출범한 것은 시의적절하고 고무적인 일이다. IMF체제를 극복하는 지름길은 우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모범이 되는 우량 중견기업을 선정해 집중 육성하는데 있다.
○윤원배 금융감독위 부위원장/구조조정 방향과 향후 우리경제 모습
구조조정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하는 것이 아니라 자율경쟁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업과 금융기관이 스스로 하는 것이다. 금감위 등 정부는 금융과 기업의 구조조정 방향을 제시하고 환경조성의 역할을 담당할 뿐이다.
은행 구조조정을 우선 추진해 은행이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선도하도록 하고,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금융시장 상황을 감안해 완급을 조절해나갈 방침이다. 그러나 1차 구조조정은 늦어도 9월말까지는 모두 완료할 예정이다.
기업구조조정의 핵심은 회생가능성이 없는 부실기업의 시장퇴출, 기업부채비율의 대폭축소, 대기업의 핵심사업 중심체제로의 재편등이다. 곧 퇴출기업을 발표할 예정이며, 발표후의 혼란을 막을 마스터플랜도 수립해놓고 있다.
일련의 구조조정이 이뤄지면 자기책임원칙에 기초한 공정한 시장경쟁질서가 분명하게 확립될 것이다.
◎토론자 발언 내용
◆김서웅 한국일보 논설위원실장=IMF사태이후 6개월동안 구조개혁의 소리는 요란했지만 구체적 결실이 없는 상태다. 정부·공공부문이나 정치권이 솔선수범하지 않아 기업등의 자발적 참여를 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제시스템이 작동될 때까지는 정부가 개입해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심갑보 삼익공업사장=재벌구조조정에 따라 중견기업의 역할이 강조되고 있는 만큼 중견기업의 개념을 정립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행에서 돈을 푼다고 해도 은행창구가 경색돼 5대 재벌이외에는 사실상 대출길이 막혀있다. 정리해고의 요건을 완화해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조희영 동국대 교수=중견기업연합회가 추진하고 있는 임금출자방식의 구조조정방안은 매우 이상적이다. 재벌해체후에는 중견기업이 기업경영의 모델이 되어야 할 것이다. 독일경제가 강한 것도 중견기업이 튼튼하고 제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윤재 청와대 재정경제비서관=중견기업은 그동안 대기업과 중소기업에 가려 정책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왔다. 구조조정이 끝나고 나면 자금흐름의 왜곡현상등이 고쳐져 중견기업들의 경영여건은 크게 좋아질 것이다. 정부가 구조조정의 속도를 내려는 것도 불확실성을 제거해 모든 시스템이 정상작동되도록 하기 위해서다.
◆김용 공정거래위 사무처장=중견기업은 스스로의 힘으로 경쟁력을 키워온 독자기업들이다. 경쟁의 원리를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재벌기업의 불법 내부거래를 발본색원해야 한다. 중견·중소기업들의 경영여건을 개선해주기 위해 신용보증기금과 어음보험등을 확충해야 한다.<정리=최원룡 기자>정리=최원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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