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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문단에 모처럼 단비/창작집 출간 다시 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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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체문단에 모처럼 단비/창작집 출간 다시 활기

입력
1998.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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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효서 ‘오남리 이야기’­수감 김하기와의 편지형식 소설/윤영수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나무꾼과 선녀 등 전래민담 패러디/박덕규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한국 자본주의 어두운 면 그려/박경철 ‘빙어가 올라오는 계절’­현실·환상 뒤얽힌 의식세계 탐색출판계 부도여파로 한동안 주춤하는가 했던 작가들의 창작집 출간이 다시 활발해졌다. 소설가 구효서 윤영수 박덕규 박경철씨 등이 잇달아 작품집을 내놓았다.

구효서(41)씨의 「오남리 이야기」(열림원 발행)는 후배소설가 김하기(40)씨가 감옥에 있을 때 보낸 편지형식의 소설 6편을 모았다. 김씨는 96년7월 두만강을 건너 입북,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됐다가 3월에 출감했다. 당초 문단에서 얼굴이나 아는 정도였던 이들은 김씨가 투옥된 후 구씨가 이 작품들을 쓰면서 형, 아우 사이로 친해졌다고 한다. 오남리는 구씨가 살고 있는 경기 남양주시 오남면의 마을. 작가는 부실시공 아파트에 사는 괴로움, 빵집아주머니 이야기등 마을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편지글로 전달, 사람 사는 정을 느끼게 하고 있다. 책 말미에는 김씨가 감옥생활에서 겪은 여러 에피소드를 구씨에게 알리는 답장형식의 글이 붙어 있다. 구씨는 소설의 인세를 역시 밀입북혐의로 15년형을 받고 수감중인 문인 박영희씨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윤영수(45)씨의 「자린고비의 죽음을 애도함」(창작과비평사 발행)은 전래민담 11편을 패러디한 특이한 소설집이다. 표제작에서 작가는 자린고비를 비웃는 전래민담의 정서를 뒤집는다. 자린고비는 최대한의 생산과 최대한의 소비를 미덕으로 삼는 자본주의논리를 거슬러 최소한의 노력으로 최소한의 소비를 하며 살아간 인물로 묘사된다. 「하늘여자」에서는 나무꾼과 선녀 이야기의 나무꾼이 욕심많고 폭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작가의 삶에 대한 사고의 힘과 소설형식에 대한 적극적 실험의욕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박덕규(40)씨의 「함께 있어도 외로운 사람들」(웅진출판 발행)은 시인·평론가로 활동하다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가 내놓은 두번째 작품집. 표제작은 북한의 사회안전부 간부 출신, 기관원 출신, 운동권 프락치, 소설가 네 주인공이 등장해 한국자본주의의 어두운 면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아름다운 사나이」에서 작가는 경쟁논리에 철저히 지배받는 우리 사회 남편의 서글픈 모습을 그리는등 이웃들의 소박한 삶을 인간애 넘치는 시선으로 보여주고 있다.

박경철(35)씨의 「빙어가 올라오는 계절」(민음사 발행)은 농사꾼작가인 그의 첫 작품집. 박씨는 충남 아산에서 15마지기의 논농사를 지으면서 소설을 쓰고 있다. 좌절된 학생운동의 기억을 그린 「페루를 향해 죽으러 가는 새들」, 늙은 창부의 죽음을 그린 「매향」등에서 작가는 현실과 환상이 뒤얽힌 의식을 파고들어가는 깊은 시선과 집요한 묘사력을 보여준다.<하종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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