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인도∼네팔∼태국/바람과 함께한 6개월 여정시인 함성호(35)씨는 시인이자 건축가, 건축평론가이다. 그는 지금 2002년 월드컵이 열리는 서울 상암동 축구경기장 건립을 위한 설계에도 참여하고 있다. 최근 나온 시집 「聖(성) 타즈마할」등 시인의 감성과 상상력에 건축가의 구조적 시선이 더해진 그의 시는 시단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가 얼마 전 티베트와 인도, 네팔을 거쳐 태국에 이르는 긴 여행을 떠났다. 「허무의 기록」(문학동네 발행)은 그 여정의 발자취다. 당초 1개월을 기약했던 그의 여정은 6개월이나 늘어났다. 건축가 시인인 그가 본 이국의 풍정도 보통의 여행자가 느끼는 감상과는 다른 것일 수밖에 없다.
티베트 수도 라사의 포탈라궁전은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인공이 건축한 하나의 자연」이자 「자연에 홀린 위대한 구축」이다. 인도의 샤 자한 왕이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을 지어달라는 왕비의 유언에 따라 세계의 모든 예술가들을 불러 축조한 타지마할궁전. 샤 자한은 무덤 완성 후 다시는 그런 아름다운 건축물이 지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장인들의 손목을 모두 잘라버렸다는 일화를 소개하며 함씨는 타지마할이야말로 「마조히즘과 탐미주의의 극치」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의 여행의 진정한 동반자는 바람이었다. 황량한 중앙아시아 고원에 부는 바람 속에 선 인간의 건축물들을 보고 그는 오히려 「위대한 폐허」를 발견한다. 『가서 그 폐허를, 허무의 빛을 보라. 그리고 자유로워져라』는 것이다.<하종오 기자>하종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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