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44주년 기념/내일∼28일 금호미술관『현대미술의 틀로 우리 미술을 이야기하지만 결코 현대미술에 현혹당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우리 것 속에서 현대적 모티프를 찾아내는 일, 그리고 밖에서 우리 것을 들여다 보는 일, 그 작업을 하고 있는데 우리보다는 바깥인 미국에서 더 관심이 많은 것같습니다』
17일부터 28일까지 금호미술관(027205114)에서 열리는 한국일보 창간44주년 기념 오정 안봉규(吾亭 安鳳奎·60·뉴욕 머시대 교수) 초대전은 한국화의 현대적 변용을 시도해온 그의 작업을 조망할 수 있는 자리이다. 500∼1,000호에 이르는 대작 20여점과 100호 이상 100여점등 모두 120여점으로 꾸미는 이번 전시는 95년 미국행 이후의 뚜렷이 변화한 그의 예술세계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서라벌예술대(중앙대 예대의 전신)에서 동양화를 전공한 안씨는 화훼등 문인화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미술평론가 신항섭씨는 『70, 80년대 「감(柑)의 화가」로 불리며 전통수묵작업을 고집했던 그의 작품세계는 중앙대 교수를 거쳐 95년 미국 뉴욕 머시대의 교환교수로 떠나면서 동양적 소재주의를 넘어 새로운 철학적 토대를 모색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고 평했다.
그는 파낸 나무 위에 종이를 덮어 요철을 캐스팅한 뒤 색을 더하는 목각화(木刻畵), 목각화로는 여전히 미흡하다 싶은 볼륨을 강조하는 부조화(릴리프 페인팅)로 한국화가들이 간과하기 쉬운 풍부한 표정을 연출하고 있다. 그런 다양한 방식은 「인간」이라는 철학적, 형이상학적 주제를 동양적 미감으로 표현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종이와 동양화 물감으로 만들어내는 신비한 표면은 유화의 마티에르와는 또 다른 맛을 내고 있다.
그의 작업은 이미 미국화단에서 상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미국 정규대학 처음으로 9월1일 머시대에 동양미술학과가 창설되는 데도 안씨의 역량이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의 작품은 스웨덴 국립동양박물관, 뉴욕 퀸즈 도서관등에 소장돼 있다. 초대일시는 17일 오후 4시.<박은주 기자>박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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