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옹의 패전」은 전국의 휴일분위기를 무겁게 가라앉혔다.14일 새벽 경기가 끝난 뒤에도 많은 시민들은 쉽게 잠들지 못한채 실망과 허탈감으로 망연하게 밤을 새웠다. 오랜만에 화창하게 갠 휴일날씨에도 불구, 전국의 유원지와 공원 주요도로 등은 지난주에 비해 두드러지게 한산한 모습을 보였으며 그나마 밖에 나선 시민들의 표정도 평소만큼 밝지 않았다.
이날 낮 가족과 함께 한강시민공원에 산책나온 신성수(43·회사원·서울 강남구 역삼동)씨는 『그토록 오랫동안 승리를 갈망해왔는데 너무 어처구니없이 무너져 배신감이 들 정도』라며 『주변에 놀러나온 사람들의 화제도 온통 간밤 멕시코전에 대한 질타 일색』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 출근한 일부 직장인들도 일손을 놓은채 『무모한 백태클 같은 거친 플레이가 온 국민의 꿈을 날려버렸다』 『선수기용에서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등 나름대로 패인을 분석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천리안 하이텔 등 PC통신에도 이날 하루종일 감정을 이기지 못한 분노의 글이 쇄도했다. 통신인들은 차범근(車範根) 감독과 선수들을 강도높게 비난하는 것은 물론, 16강에 진출하면 각종 경품을 주겠다고 광고한 대기업들의 얄팍한 상술과 역술인까지 등장시켜 16강의 기대를 부풀린 일부언론에까지 책임을 돌리기도 했다.
이날 새벽 제주 서귀포시에서는 윤모(19·대학생)군이 경기후 집주변 차량들의 후사경을 부수다 입건되는 등 전국에서 자잘한 분풀이형 폭행사건들이 잇따랐다.<이태규 기자>이태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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