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이 8박9일간의 미국방문을 마치고 오늘 오후 귀국한다. 「세일즈 외교」를 표방하며 방미등정에 오른 김대통령이 당초의 기대치를 상회하는 수확을 얻었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다. 미국 조야를 비롯, 언론은 김대통령을 「돌아온 영웅」으로 환대했다. 무엇보다도 김대통령이 표방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의 균형발전론」은 미국인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다. 특히 몇차례 죽음을 넘나든 좌절에도 굴하지 않고 오뚝이처럼 일어설 수 있었던 김대통령의 민주투쟁사는 「인간승리」로 절찬받았다.김대통령의 방미성과는 다음 두가지 관점에서 요약이 가능하다. 첫째는 김대통령 자신이 표방한 세일즈 외교의 성과다. 심각한 경제난 극복을 위해서는 미국으로 부터 확고한 지원과 협력자세를 얻어내는 일이 절박한 과제다. 이같은 우리의 입장에 부응이라도 하듯 양국은 정상회담등을 통해 미국의 대한투자 확대방침에 합의했다. 양국은 이를위해 한미 투자협정의 체결과 미국의 투자조사단을 한국에 파견한다는 합의에 이어 미국 해외민간투자공사의 대한 투자보증사업도 재개키로 했다.
이와함께 지난 IMF위기때 지원을 약속해 놓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제2선 방어자금 80억달러도 한국이 필요로 할 경우 미국은 즉각 이를 실행하기로 다짐했다. 또 총 117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투자 및 상담의 진전은 이번 김대통령 방미외교의 백미(白眉)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둘째로 양국간 정책분야 협력관계에서의 상호신뢰관계 복원이다. 양국은 그동안 한국 정치상황때문에 미뤄져 왔던 범죄인 인도조약에 서명했다. 이는 더이상 한국이 「체제시비」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국가임을 미국이 만천하에 선언한 것으로 중대한 의미를 함축한다. 클린턴이 환영사에서 「인권의 개척자이자 용기있는 생존자며, 더욱 나은 세계와 미래를 건설하는데 필요한 미국의 파트너」라고 평가한 김대통령의 「정치적 상품가치」가 그 효용성을 크게 발휘한 결과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김대통령의 방미성과를 꼽는데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사항이 대북정책에 관한 입장조율이다. 양국은 그동안 한반도 긴장완화와 관련해 외교적 난조(亂調)를 보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방미에서 김대통령의 지론이기도 한 「햇볕론」과 미국이 말하는 「소프트 랜딩(연착륙·軟着陸)」정책이 결국 「하나」임을 확인함으로써 이같은 불협화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정상외교 성과를 실천에 옮기는 일이다. 이제 겨우 우리는 난국을 수습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한 셈이다. 우리가 여기서 안도해서는 안될 정도로 주변정세는 복잡다단하다. 합의사항 하나 하나를 챙겨서 가시적인 성과를 만들어 내는 것이 정책당국이나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책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