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 엘리트에 빠져 소수독점 중국의 문화적 臣民 전락까지”『강단의 동양철학자들은 소수의 동업자만이 이해할 수 있는 난해한 언어로 전공분야의 지식을 독점한다. 이런 글이 읽힐 수 있는 지 여부에는 관심없이, 「비전(秘傳)의 전수자」인 양 자기들끼리만 지식을 독점한다. 다른 한 극에는 풍수나 성명철학, 운세에 관한 터무니없는 이야기를 싸구려 언어로 상업화한 동양철학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고려대 철학과 이승환(43)교수는 13일 「동양학, 글쓰기와 정체성」을 주제로 이화여대에서 열린 학술발표회에서 「동양철학, 글쓰기 그리고 맥락」을 통해 우리 동양철학계의 현주소를 비판했다. 세미나는 중국어문학회(회장 이종진·이화여대교수)와 계간문예지 「상상」 주최로 개최됐다.
이교수는 『특히 일부 논문은 과거 조공국의 지식인이 지녔던 사대주의마저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이러한 풍토를 「식민지적인 서구추종주의」 「현실·역사와 유리된 탈맥락성」 「지적 엘리트주의」로 정리했다.
이화여대 중문과 정재서(46)교수는 「동양학, 글쓰기의 기원과 행로」에서 우리 학계의 글쓰기 행태를 『논문중심주의를 표방하면서 서구의 논리·인식체계에 맞지 않는 동양 고유의 특성을 주변화시키는가 하면 전통적인 중국 중심주의에 길들여져 문화적 신민(臣民)의 지위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한양대 중문과 김근(46)교수도 「중국, 그 읽기와 쓰기」를 통해 『중국은 「조선에는 천 리를 흐르는 강이 없고 천 길을 넘는 산이 없다」는 식으로 끊임없이 우리에게 결핍을 심어주려 했다』며 『중국의 이데올로기적 강박에서 벗어나는 글쓰기 전략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나온 비판이 동양학계를 비롯해 학계 전체의 글쓰기 방식과 학문자세에 관한 생산적 논쟁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세미나 내용을 실은 「상상」 여름호는 15일 나온다.<이광일 기자>이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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