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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의 해빙/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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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문점의 해빙/문창재 논설위원(지평선)

입력
1998.06.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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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주영(鄭周永) 현대그룹 명예회장의 고향인 강원도 통천군 송전면 친척집에는 그의 와이셔츠 한장이 남아있을 것이다. 『깨끗하게 빨아서 저기 걸어둬요. 다음에 와서 입게』 89년 1월 북한을 방문했던 정회장은 고향에 갔다가 작은 어머니댁에 와이셔츠를 벗어놓고 왔다. 그당시 북한은 정회장과 금강산 공동개발계획 의정서에 서명했고, 철도 차량공장 건설, 조선소 독 공사 등에 현대의 참여를 희망해 두달 뒤 다시 가기로 돼 있었다.■그후 북한은 비공식적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정회장을 불렀고, 어떤 기업인보다 그를 기다린다는 소문이 들리기도 했다. 그러나 작은 바람에도 쉽게 변하는 남북관계의 기상도가 그의 재방북을 막았다. 그때 서명한 금강산 공동개발 의정서가 아직 유효한지는 몰라도 정회장은 그 사업을 반드시 해야 할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금강산에 숙박시설을 짓고 교통망을 갖추어 외국관광객을 유치한다면 남북 모두에게 이익이라는 생각이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나서야 정회장의 재방북이 실현되게 됐다. 그는 오는 16일 동생등 가족들과 함께 소 500마리를 몰고 판문점을 통해 북한으로 간다. 7년간 중단됐던 유엔사와 북한간의 장성급 회담이 이달중 판문점에서 다시 열리게 되고,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는 경수로 공사를 곧 본격화하기로 했다. 엊그제 한미정상회담에서 대북 유화정책이 발표돼 얼어붙었던 판문점은 급속히 해빙무드에 젖어들고 있다. ■판문점을 통한 정회장의 방북은 분단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이 될 것이다. 더구나 소 500마리를 실은 트럭행렬이 판문점을 통과하는 장관이 연출될테니 누가 그런 일을 상상이나 했던가. 그는 이번 방북이후 소 500마리를 더 보내겠다고 밝혔다. 소떼를 싣고간 트럭은 2년거치 상환조건의 수출형식으로 북에 남기게 된다. 소 500마리 값은 8억2,000만원, 트럭 50대 값은 13억700만원인데, 그는 더 큰 소득을 가지고 돌아올지 모른다. 이번에는 정말 안심하고 와이셔츠를 맡겨두게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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