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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관 속의 붉은 여인숙’(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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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관 속의 붉은 여인숙’(리뷰)

입력
1998.06.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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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無言의 105분 의도된 지루함/초저예산 이색실험성 화제105분 내내 대사는 한 마디도 없다. 그래도 재미있을 수 있는데, 이는 시쳇말로 「고문」이다. 검은 한복, 웨딩드레스를 입거나 붕대로 온몸을 감싼 배우들은 하나같이 느리게 움직인다. 관객은 몸을 비튼다. 구음 몇 소절과 「서머타임」 노래를 빼면 의자 삐걱거리는 소리뿐이다. 문예회관 소극장서 공연중인 「푸른 관 속의 붉은 여인숙」. 극단 창파 채승훈 대표는 어지간해선 공연 보지 말라고 권하고 관객수를 110명으로 제한한다.

채씨는 연출로서 『자유롭고 싶다』, 작가로서 『250줄 썼던 초고가 20줄 남았다. 연출은 무식한 놈인 것같다』, 제작자로서 『저예산연극의 전형을 보여주겠다』고 말한다. 2주 공연에 제작비는 단돈 600만원. 의상 소품 무대에 200만원, 인쇄비 120만원, 그리고 최소한의 교통비만 들었다. 배우 스태프는 모두 개런티 없이 동인정신으로 참가했다. 문예회관 대관료(130만원)가 싼 편이어도 연극 한 편의 통상 제작비는 2,500만원선.

『몸뚱이와 머리로만 만든 것이다. 많은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연극이 있는 한편 실험극도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연극인 평론가 학생을 위한 것이다. 학생의 리포트를 받아보니 관람 뒤 사색의 여지가 많은 것 같았다』(채승훈)

그는 분단, 전쟁, 군사정권의 억압, 여성의 희생등 우리 현대사의 아픔을 대사 없이 형상화함으로써 관객을 이성을 일깨우고 아픈 역사에 대해 함께 괴로워할 것을 은근히 요구했다. 채씨의 실험이 성과를 맺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불황기에 해볼만한 시도인 것은 사실이다.<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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