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흑백컬러의 도회적 세련미디자이너 박병규(32)씨는 경력으로 따지면 아직 신인에 해당하지만 그의 옷에서는 노련함이 묻어난다. 30대 직장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앗슘」의 옷들은 재킷이건 바지건 장식을 배제한 단순함과 흑백의 컬러를 활용한 도회적인 세련미가 특징이다. 그렇다고 해서 아무데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옷은 아니다.
「개성은 감출 때 더 아름다워 보인다」는 말처럼 그가 은밀하게 추구하는 미감은 어울리지 않는 요소의 매치. 딱딱한 재킷에 V네크라인 뒷여밈을 해 여성스러움을 꾀하는 식이다. 튀어오르는 개성을 누르고 주변과 조화를 꾀하려는 직장여성의 내면과 조화를 이룰 듯한 옷들이다.
그는 요즘 한참 뜨는 디자이너이다. 95년 시작한 「앗슘」의 매장을 8개까지 늘렸고 기존 라인을 유지하기도 어려운 불경기에 제2브랜드 「압노말」을 최근 시작했다. 그의 옷이 가진 매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험적인 디자이너브랜드보다 소비자가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상업적인 브랜드가 상승하는 최근 패션계의 기류 덕분이기도 하다.
그가 보편타당한 옷을 지향하게 된 데는 다양한 경험이 바탕이 됐다. 지방의대를 한학기만에 자퇴하고 이것저것 사업을 시도했다. 남대문시장 삼익패션타운에서 의류를 기획하고 백화점 기획상품을 하청받아 만들기도 했다. 그의 강점인 소비자기호파악 기획력등은 이 때 얻어진 것이다. 그가 정식으로 받은 패션교육이란 88년 1년동안 시대복장학원을 다닌 정도.
박병규씨가 내세우는 옷은 목과 허리부분을 드레이프로 처리해 여성적인 부드러움을 표현한 야회복. 야회복이라면 화려한 소재를 생각하지만 소박한 맛의 검은 색 면을 소재로 해 공식을 깼다. 『옷은 입는 사람을 통해 완성되는 것』이라는 그의 지론처럼 이 옷은 입기에 따라 다양한 멋을 낼 수 있다. 하이힐과 화려한 목걸이를 갖추면 파티복으로, 굽낮은 샌들을 신으면 여름철 간편한 옷차림이 된다.<김동선 기자>김동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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