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분 연설 의원들 20여 차례 박수/의회연설“두차례나 나를 죽음서 구해준 나라…” 상·하원 참석의원들 열렬히 환영/국빈만찬‘그리운 금강산’ 열창에 눈물 주르르/공동회견클린턴 “겨울오면 봄 멀지 않았다” DJ 옥중서신 인용 정치역정에 경탄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10일밤 11시 10분(한국시간·현지시간 10일 오전 10시 10분) 미국 국회의사당 하원 본회의장에서 깅그리치 하원의장 등 상·하원의원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한미관계와 민주주의의 가치, 대북정책을 주제로 30분간 연설했다. 김대통령은 이에앞서 클린턴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가진데 이어 클린턴대통령이 주최한 국빈만찬에 참석했다.
○…부인 이희호(李姬鎬) 여사, 이홍구(李洪九) 주미대사 등과 함께 10시 40분 의사당에 도착한 김대통령은 상·하원 경호대장의 안내를 받고 2층 접견실로 들어서 상·하원 영접의원단 20여명의 영접을 받고 환담했다.
김대통령은 이어 참석 의원들이 일제히 기립박수로 환영하는 가운데 본회의장에 입장, 연단에 올라가 깅그리치 하원의장등과 악수를 나눴다. 깅그리치의장의 소개로 연설대 앞에선 김대통령은 『나는 준비할 것이다. 그리고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다』라는 링컨 대통령의 말을 인용, 자신의 지난 역경을 회고하며 영어로 연설을 시작했다. 김대통령은 특히 『미국이 두 차례나 죽음으로부터 건져낸 나의 운명을 어찌 생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는 대목에선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듯 했다. 또 김대통령이 『우리 두 나라가 진정으로 가치있는 일이라고 여겼던 한국의 민주화를 위해 오랜 기간 벌인 투쟁이 정말 가치있는 일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의무를 지게 됐다』며 한미양국간의 돈독한 유대를 강조하고 시장경제를 축으로하는 새로운 세계경제질서를 주창하는 대목등에서 20여차례의 박수가 쏟아졌다.
○…김대통령내외는 이날 예정시간 보다 20분가량 늦은 오전 8시15분께 국빈만찬이 열리는 백악관 북서문에 도착, 계단 위에서 손을 잡고 기다리던 클린턴대통령과 힐러리여사의 영접을 받았다.
우측으로부터 김대통령, 클린턴대통령, 이희호 여사, 힐러리여사 순으로 서서 사진 포즈를 취한 두 정상내외는 곧바로 힐러리여사의 집무실인 옐로 오벌룸에서 양측공식수행원과 함께 음료를 들며 20여분간 환담했다.
이여사는 이날 연보라색 짧은 한복, 힐러리여사는 흰색 상의에 하늘색 투피스연회복 차림이었다. 이날 만찬에는 골프선수 박세리, 바이올리니스트 장영주, 김대통령의 처조카 이영작 박사 부부 등 미국에 있는 김대통령의 친지 및 각계 인사 300여명이 자리를 같이했다.
○…백악관에서 열린 국빈만찬은 재미 오페라가수 홍혜경(洪慧卿)씨의 감동적인 축하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날 식사를 마치고 마지막 순서로 노래를 부른 홍씨는 성가중에서 「로드 모스트 호울리」라는 곡을 부르기 앞서 『오늘 국빈만찬에서 노래한다고 하니 어머니는 김대통령의 생애와 맞는 노래라며 이 곡을 불러달라고 부탁하셨다』고 소개했다. 홍씨가 처음에 『우리집에선 김대통령을 「엄마 애인」이라고 부른다』고 말하자 만찬장 분위기가 일순 뜨악해졌으나 곧이어 『우리 어머니가 김대통령의 사상과 철학에 큰 존경심을 갖고 있기때문에 그렇게 부르는 것』이라는 홍씨의 설명에 박수가 터졌다.
홍씨가 이어 『금강산은 북한에 있는 아름다운 산인데 남한 사람들은 50년가까이 가보지 못한 채 그리워하고 있다. 한국에서 이 노래는 통일의 염원을 담은 제2의 국가처럼 불리고 있다』며 2번째 곡으로 「그리운 금강산」을 열창하자 김대통령 내외를 비롯해 모든 한국인 참석자들은 눈물을 쏟고 말았다.
클린턴대통령은 홍씨의 공연이 끝나자 만찬 폐회사에서 『우리는 오늘 이 순간 모두 한국민이 됐다』고 말했다.
○…새벽에 열린 공동기자회견은 당초 국무성에서 열릴 예정이었으나 전기누전으로 인한 화재로 백악관별관에서 진행됐다. 회견에는 300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 질문공세를 펼쳤으나 백악관측은 클린턴대통령의 일정을 이유로 한국기자와 미국기자들로부터 각각 4개의 질문만 받기로 제한했다.
김대통령을 앞세워 별관 4층 회견장에 들어선 클린턴대통령은 모두 발언에서 『김대통령의 놀라운 역정을 보고 평화적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평화적인 변화가 오게 된다는 것을 상기하게 된다』며 김대통령의 옥중서신에 있는 「겨울이 오면 봄이 멀지 않았다」는 구절을 인용하는 등 김대통령의 고난에 찬 역정에 경탄을 표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김대통령 내외는 미국무부 8층 벤저민 프랭클린 룸에서 열린 고어부통령 주최 오찬에 참석했다. 고어부통령은 오찬 환영사를 통해 『오찬장인 이 곳은 미국의 위대한 정치가인 벤저민 프랭클린을 기념하는 방』이라면서 『김대중 대통령도 세계 각국의 자유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정치가로 존경받고 있다』고 김대통령을 참석자들에게 소개했다.
김대통령은 답사를 통해 『고어 부통령은 환경과 정보화 분야에서 항상 새로운 이슈를 제기하며 탁월한 업적을 보여주었다』며 『고어부통령이 추구하는 이상과 한국 국민이 희망하는 미래가 결코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김대통령은 10일 오후 미 상공회의소의 초청으로 미국 상공인 300여명을 상대로 「한국경제의 활로」를 주제로 조찬연설을 하는등 세일즈외교를 계속했다. 이날 연설에는 특히 톰 도나휴 미 상공회의소회장, 최근 한화그룹의 발전부문을 인수한 AES사의 박케사장, 쌍용제지를 인수한 P&G사를 비롯 보잉, GM, 코카콜라등 굴지의 미국기업 임원들이 참석했다.
김대통령은 한국의 경제개혁과 개방정책을 강조하고 견고한 산업기반, 양질의 노동력, 최저점에 이른 주식가격 등을 들어 『지금이 바로 한국에 투자할 수 있는 최적기』라며 대한투자에 대한 미국기업인들의 구미를 돋우기 위해 진력했다. 연설에 이어 김대통령은 20여분간에 걸쳐 미국 기업인들로부터 질의를 받고 응답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한미정상회담이 진행되는 동안 대통령부인 이희호 여사는 클린턴대통령내외가 거주하는 옐로 오벌룸에서 힐러리여사와 40여분간 환담한 후 숙소인 영빈관으로 돌아가 고어부통령 주최 오찬참석때까지 잠시 휴식을 취했다.<워싱턴=유승우 기자>워싱턴=유승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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