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대책이 혼선을 빚고 있다. 노숙자에 대한 우리 사회의 시각과 인식이 정립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보건복지부는 9일 노숙자 중 500명을 복지시설 유료 봉사원으로 선발, 연말까지 90만원씩의 월급여를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서울시는 10일 노숙자들을 강제연행한 후 귀가시키거나 복지시설에 수용할 계획을 세웠다가 시민단체가 반발하자 시행 직전에 유보했다.IMF 체제 이후 급격히 늘어난 노숙자들은 현재 서울에서만 2,0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들에게는 부정적인 선입견을 갖지 말고 사회의 구조적 희생자라는 시각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의 조사 결과 노숙자 중 63%가 기혼자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은 실업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수 없게 되자 고민 끝에 집을 나선 사람들이다. 이 점은 우리 사회가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갖고 그들을 배려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러나 막상 많은 노숙자들은 월 60만∼70만원에 육체노동을 하느니 차라리 지금의 노숙생활을 선호한다는, 실망스런 조사 결과도 나와 있다. 또 농번기의 농촌에서는 일손이 크게 모자라는데도 이들 중에서는 가서 거들려고 하는 희망자가 거의 없다고 한다. 많은 노숙자들은 「될대로 되라」는 식의 자포자기에 빠져 건강 마저 크게 해치고 있다. 또 그들의 노숙생활이 장기화할 경우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양면을 세심하게 저울질해야 하는 것이 노숙자 대책이다. 그들이 일시적 절망에서 벗어나 정상인으로서 새로운 각오와 함께 사회와 가정에 복귀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정부와 사회·종교단체의 할 일이다. 서울에는 현재 종교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노숙자 무료숙소가 10여개, 무료급식소가 50여개에 이른다.
그러나 그들에게 지나치게 호의와 연민을 베푸는 것은 지금의 노숙생활을 연장시킬 뿐이다. 물론 그들의 정신적 고민을 헤아리지 않고, 혐오감을 준다고 해서 그들을 예비 범죄자처럼 취급하는 것은 인권유린이다. 호의 베풀기와 단속 사이의 중간지점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노숙자 대책은 실업자 대책과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하지만 사회에서 가장 소외되어 있는 그들의 문제를 정부가 획일적으로 처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사회단체나 종교단체가 나서는 것이 바람직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들에게 시급한 것은 일자리 마련과 건강한 정상생활로의 복귀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인권 측면에서는 사회·종교단체 등이 나서는 것이 바람직하다. 더 효과적인 것은 정부와 사회·종교단체가 힘을 합쳐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한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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